인조.
조선 16대왕.
그는 누구인가.
광해군의 부도덕함을 명분삼은 서인세력의 주도하에 반정으로 왕권을 잡았다.
그러나 반정공신인 서인들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인지 그는 변변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그 결과 왕권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친명배금정책을 못마땅히 여긴 후금이 일으킨 정묘호란, 이후 국호를 청으로 바꾼 후 다시 한 번 조선을 침략한 병자호란에서도 인조는 여전히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했다.
대신들의 의견에 휩쓸리기 다반사에 왕으로서의 위엄 따위는 온데간데 없었고 자신의 몸을 건사하는데만 급급했다.
그 뿐인가.
무능한 자신 때문에 청에 볼모로 잡혀가 선진문물을 경험하고 돌아온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은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치졸하고 용렬하기 그지없다.
여기서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박근혜.
그녀는 물론 투표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긴 했지만 그녀가 그 자리에 오른 건 순전히 제 힘이라기 보다는 박정희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그녀의 이미지를 이용한 보수세력 덕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녀도 서인에 의해 옹립된 인조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어떤 특정한 개인과 그 특정인의 돈과 권력을 두려워한 이들에 의해 조종되는 처지였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왕과 대통령에 의해 그때나 지금이나 백성은, 국민은 너무도 많은 희생을 당했고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인조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겪어 피폐해진 백성의 삶, 재난 후 바르지 못한 사태수습 때문에 차가운 바닷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국민과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며 전국민이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던 오늘날의 우리가 다른 점은 크게 없으리라.
예나 지금이나 무능한 지도자가 나라를 망쳐놓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은 마치 오늘날의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듯하다.
그리고 책은 말미에서 병자호란 당시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아직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를 만화로 볼 수 있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앞으로 창비에서 다른 역사적 사건도 이렇게 다뤄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