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인상은 참 앙증맞았다. 한 손에 들기 쉬웠고 표지는 단순하고 귀여웠다. 내용도 첫인상과 같을지 궁금해하면서 첫 장을 펼쳤다. 프롤로그를 펼치자 바로 등장하는 저자의 일방적인 인사. 저자가 독자에게 인사를 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인사를 받고 한 자, 한 자 읽었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다. 책의 그림을 그린 키미와 비건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일이, 이렇게 두 명이다.
이 책은 초보 비건의 생활을 적은 에세이다. 에세이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인 것 같다. 프로육식러였던 저자가 고기는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비건인 사람보다 나 같은 논비건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저자가 비건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떻게 고기를 안 먹을 수 있어?”라고 한다. 맞다. 고기를 안 먹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저자는 이 질문에 “고기 안 먹어도 먹을 건 많습니다.”라고 답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나도 아토피가 심했을 때 고기를 안 먹은 적이 있다. 된장찌개, 비빔밥, 감자볶음 등등 채식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채식을 한지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고기가 당기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삼겹살집에서 고기 냄새가 나면 미친 듯이 킁킁거렸다. 고기가 도축되는 장면을 보면 절대로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데 솔솔 풍기는 고기 냄새를 맡고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가엽기도 했다. 내가 겪은 일을 저자도 겪었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나는 비건은 고기를 먹고 싶어도 꿋꿋이 참고, 굳건히 채식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도 한 번씩 고삐가 풀려 고기를 먹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먹은 후 죄책감을 느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비건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43페이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여러분 제발 싸우지 마세요. 우리는 서로 사랑을 해야 합니다. 채식인, 육식인들이여, 편 가르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화합합시다.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존중, 존중, 존중, 또 존중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꼽자면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존중하는 마음은 채식, 육식 논쟁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에 해당하는 말인 것 같다.
저자는 고기를 안 먹는 비건을 시작하면서 비건 생활도 시작한다. 육고기만 안 먹으면 비건이 되는 줄 알았는데 우리
가 쓰는 생활용품에도 동물이 희생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 눈을 뜨니 줄줄이 사탕처럼 문제들이 주렁주렁 올라온다. 본격 저자의 각성 에세이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이 세상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이를 알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는데 너무 그렇게 느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우리가 쓰는 물건에 동물이 희생되는 줄 몰랐으니까, 마음씨가 여린 저자와 선량한 시민들이 기업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해두자. 물론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자연을 과도하게 파괴하고, 동물을 희생하는 기업의 행태도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아닐까? 소소한 에세이 감상문에 너무 지나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지금 내 생활은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비건이 아니고 앞으로도 비건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또 육식을 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화적으로 육식을 하게 만들어진 존재다. 문제는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난다. 음식은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먹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니 다른 분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우리 모두 존중, 존중, 존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