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유교걸인 나는 평소에 19금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다. 물론 19금이 걸린 작품을 보기는 한다. 내가 즐겨보는 19금 작품은 왕좌의 게임이나 아웃랜더, 바이킹스와 같은 사극 드라마다. 사극이라 좋아하는 거지 19금이 좋아서 보는 건 아니다. 그래서인지 성적인 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할 때면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에어팟을 끼고 있는데도 바깥에서 소리가 들릴까 봐 거의 음소거 수준으로 줄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 소개할 책인 365일 때문이다. 365일이라는 영화를 알게 된 건 넷플릭스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들어갈 때마다 한국에서 뜨는 콘텐츠 10위 안에 꾸준히 올라 있었다. 넷플릭스 포스터만 봐도 19금 영화인 걸 단번에 알 수 있었고 얼마나 재미있길래 개봉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가 아직도 인기가 많은지 궁금했다.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고 하던가. 왜 이리도 궁금한지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보기 전에 미리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겸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검색을 통해 이 영화가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소설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마침 머리도 식힐 겸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책은 표지부터 강렬했다. 표지 속 남자의 눈빛이 너무나 강렬해서 표지를 뚫을 것만 같았다. 일단 표지 상태는 합격.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면 꽤 읽어볼 만 하겠지.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남자 주인공인 돈 마시모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수장이다. 마시모는 아버지가 총에 맞아 쓰러질 때 한 여자의 환영을 본다. 그 여자는 그 후로 5년 동안 마시모의 꿈에 등장한다. 그의 꿈속 여인은 다름 아닌 라우라다. 마시모는 차를 타고 가다가 꿈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여인을 실제로 마주치게 되고 자신의 여자로 삼기 위해 납치한다. 마시모는 라우라에게 앞으로 365일 동안 자신과 함께 지내자고 통보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저택에 라우라를 감금한다. 믿을 수 없지만 라우라는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한 마시모를 사랑하게 된다.
말이 안 되도 너무 안 되지만 ‘그래, 소설이니까 그렇다고 치자’라고 백번 양보하며 읽었다. 이 둘은 욕정에 불타올라 끊임없이 사랑을 나눈다.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매우 상세히 적혀있다. 글로는 차마 표현하기 힘든 그렇고 그런 내용이 많았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도 봤다. 영화가 훨씬 덜 야했다. 소설이 더 야하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킬링타임 용으로 읽기 좋은 소설에 굳이 단점을 적기는 뭐하지만 몇몇 부분은 별로였다. 특히 마시모가 라우라를 부를 때 ‘베이비 걸’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매우 오글거렸고 별로였다. 잘생기면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된다는 말이 있긴 하나 내 기준에는 느끼하고 거북했다. 또 하나는 야한 소설답게 매우 야하기는 하나 내용 자체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만연해있는 것을 보면 괜히 씁쓸해진다. 이 책은 작품성이 있는 소설은 아니다. 작품성은 둘째 치고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돈 없고 외모도 그저 그런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읽어도 괜찮다. 솔직히 이런 종류의 소설은 내용보다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에 집중하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소설은 내용은 부실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말이다. 사랑 나누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읽어 보시길,, 내용은 기대하지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