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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 피버 드림
  • 사만타 슈웨블린
  • 12,600원 (10%700)
  • 2021-03-15
  • : 549
책 제목 피버 드림. 제목을 우리말로 풀면 열병으로 인한 꿈 정도가 되겠다. 열병으로 인한 꿈.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나도 한때 책 제목처럼 열로 인해 꿈을 꾸는 것 같은 몽롱한 상태를 겪은 적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의 유행했던 전염병, 신종플루 때문이었다. 열이 펄펄 끓어 정신이 혼미했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책의 주인공인 아만다도 그때 내가 겪었던 상태와 비슷해 보였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하기 힘든 몽롱한 상태. 그 상태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아만다’와 남자아이 ‘다비드’의 대화로만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집중해서 읽다가도 자꾸만 샛길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만다가 열병으로 인한 꿈을 꾸는 거라면 독자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주어진 정보는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뿐, 그 외의 것들은 철저히 가려지고 조각난다. 단 하나의 정보인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조차도 모호하고 몽롱하다. 벌레, 구조 거리, 중독 등등.. 또 다비드는 왜 계속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지 어느 것도 명료하게 알 수가 없다. 이들의 대화처럼 이들을 둘러싼 세상도 미스터리로 가득해 보인다.

나는 이 모호한 대화 속에서 한 가지 단어에 집중해 보았다. 바로 ‘벌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벌레는 우리가 아는 벌레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카를라의 고용주인 소토마요르 씨의 땅에 쌓인 무수히 많은 드럼통과 잔디밭에 앉아 있던 아만다의 딸, 니나의 엉덩이와 바지가 다 젖은 일과 마을의 아이들 대부분이 기형아인 점. 이 세 가지 사건은 외따로 떨어진 게 아닌 공통된 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벌레 다음으로 중요해 보이는 건 색깔이다. 다비드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갔던 녹색의 집과 다비드의 얼굴부터 몸에 나 있던 분홍색 반점이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저자는 이런 상징들을 보여줌으로써 중요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무언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 수만큼 다양할 듯하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공개 예정이란다. 이 책을 읽자마자 넷플릭스에서 좋아할 만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였다. 영화를 보면 책 내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책 뒤표지에 적힌 제시 볼의 추천사로 서평을 마친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당신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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