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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 기이한 이야기
  • 메이 싱클레어
  • 13,500원 (10%750)
  • 2021-02-25
  • : 100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기이한 일들, 미신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관심을 끈다. 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미스터리, 괴담 등에 관심이 많다. 무서워하면서도 본다. 확실히 이런 장르는 기묘한 매력을 지닌 듯하다. 요즘 <서바이빙 데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사후 세계에 대해서 다룬다. 다큐 속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영매를 통해 죽은 자와 대화를 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임사 체험을 통해 사후 세계를 경험한다. 지금 소개할 책 『기이한 이야기』도 이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맥락을 취한다. 메이 싱클레어.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20세기 초에 영국에서 널리 알려졌던 소설가라고 한다. 또 신기했던 점은 문학계에서 최초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의식의 흐름’은 현대 문학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아니던가. 작가의 이름은 잊히고 ‘의식의 흐름’이라는 단어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또 주목해 볼 만한 점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프로이트 하면 무의식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 아니던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 반, 설렘 반 책장을 넘겼다. 7편의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을 다룬다. 각각의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해 보겠다.



1.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제목 그대로다. 그들의 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 그들은 해리엇 리와 오스카 웨일드다. 오스카 웨일드가 죽고 시간이 흘러 해리엇 리가 죽는다. 해리엇의 사후 세계에 모든 시간, 모든 공간 속에 오스카가 등장한다. 해리엇은 오스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로, 더 먼 과거로 도망가지만 오스카는 그녀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무한대의 고리처럼 죽어서도 그들의 관계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굴레 속에 갇힌 해리엇과 오스카. 그들의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하다.

2. 징표

부부 사이인 도널드 던바와 시슬리 던바. 도널드의 누이이자 시슬리의 올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널드는 전형적인 스코틀랜드인으로 감정을 느끼더라도 체면을 차리느라 안 그런 척을 하는 그런 무심한 남자다. 한국의 가부장적인 남자가 생각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도널드가 아끼는 물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조지 메러디스에게 선물 받은 석가모니상을 얹은 황동 덩어리다. 이 덩어리가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시슬리는 병세가 악화되어 죽게 된다. 올케인 나는 신기가 있는지 죽은 시슬리를 본다. 시슬리는 뭔가 원한이 남아 도널드를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케인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통해 결말을 확인하길 바란다.

3. 크리스털의 결점

단편들 중 분량이 가장 길다. 뿐만 아니다. 내용도 가장 기묘하고 이해하기가 힘들다. 애거사는 영매로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능력은 다름 아닌 육체를 벗어나 영혼을 치유하는 능력이다. 한마디로 초능력자가 되겠다. 그녀가 남을 치유하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애거사의 영혼과 치유가 필요한 영혼을 끈으로 연결해 붙잡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애거사의 능력에는 결점이 있다. 그 결점이 결말부에 소개되는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서평을 쓰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어쨌든 내 기준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이한 이야기였다.

4. 증거의 본질

저자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방면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상상을 통해 야릇한 느낌을 자아낸다.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로저먼드와 마스턴의 이야기이다. 유령과 인간의 기묘한 만남이 그려진다. 제목이 왜 증거의 본질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내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5.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꽤 슬펐다. 아들과 엄마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들이 어려서부터 허약했던 탓에 35살이 되는 나이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나이가 많지만 정정하다. 아들에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긴다.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는 이상 그녀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자와 결혼을 하고 싶은 나머지 아들은 은근히 속으로 어머니가 죽기를 바란다. 아니 웬걸, 그렇게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시름시름 앓아눕게 된다. 그러고는 얼마 안가 어머니는 죽는다. 아들은 사랑하는 여자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어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죽음이 나의 저주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가 않다. 결혼을 했지만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아들. 아들과 어머니의 감동적인 상봉. 이미 죽은 자는 알고 있었다..

6. 희생자

이 이야기는 충격적인 반전을 담고 있다. 스티븐과 그의 고용주인 그레이트 헤드씨와 그의 연인 도시의 얽히고설킨 내용이다. 마치 한 편의 스릴러 드라마를 본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단편이었다.

7. 절대적 세계의 발견

이 이야기는 앞에 소개된 6편의 단편들과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였다. 사후 세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상상력이 제일 많이 가미된 이야기처럼 보였다. 왠지 모르게 오늘날의 양자역학 이론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7편의 단편에 대한 짧은 소개였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기이하고 기묘한 작품들의 원형과도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와 영혼과의 사랑을 다룬 전설적인 로맨스 영화 ‘사랑과 영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유령 이야기를 종합 과자 선물 세트 받은 것 같았다. 유령만 나오는 에피소드부터 유령과 인간을 매개하는 영매의 이야기, 유령이 인간에게 전해주는 교훈 아닌 교훈까지. 무섭다기보다 초자연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신비롭고 기이한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메이 싱클레어의 다른 작품도 국내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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