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저자의 욕구 충족을 위한 책, Live 철학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돌 연습생 ‘미미’는 연습의 일환으로 첨단 기계를 이용해 유명 철학자 24명을 만나게 된다. 철학에 어떠한 관심도, 흥미도 없는 미미가 기계를 통해 철학자를 만난다는 소재는 꽤 참신하나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에서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미미는 이 책의 주인공이 왜 하필 미미였을까? 그것도 어린 여자아이이자, 아이돌 연습생? 저자의 선입견이 그득히 담긴 주인공이 아닐 수가 없다. 이는 미미의 대사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미미는 자신이 ‘꽃다운 나이’에 연습생 생활로 친구들과 놀지 못한다며 신세 한탄을 하는데 보통 여자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꽃다운 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미미는 ‘꽃다운 나이’를 여러 번 운운하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미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를 미미가 직접 설명하는데 부모님이 예쁘게 태어나라는 소망으로 아름다울 ‘미’를 두 번 연달아 써 ‘미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미미는 백치에, 외모만 중시하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마디로 개념이 없는 여자아이다. 저자는 철학이 어려워서 직접 이야기를 적어 쉽게 이해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첨단 기계를 통해 여러 철학자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건 괜찮은 아이디어다. 철학자의 핵심 이론만 뽑아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주인공은 왜 미미여야만 했을까. 꼭 어린 여자 연습생 캐릭터가 아니래도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미미의 처지를 설명하느라 오히려 불필요한 설명만 추가된 격이 되었다. 저자가 미미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에 대한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이를 뒤로하고 내용적인 측면을 다뤄보겠다.
앞서 설명한 주인공의 성격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철학자는 알지만 그들의 철학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철학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직접 설명하는데 누가 들어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인 미미의 수준에 맞춰 설명하는 것 같지만)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을 설명할 때는 소크라테스는 미미가 안다고 생각한 것을 모르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 그 유명한 산파법을 직접 보여준다. 지금의 자본가들이 즐겨 쓰는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의 원래 주장과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미미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다. 그들의 철학을 딱딱한 강의 방식이 아닌 미미와의 대화를 통해 전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24명의 철학자는 각 24개의 챕터가 된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철학자의 철학을 짧게 정리한 철학 노트가 등장한다. 짧은 철학 노트는 철학자의 핵심 주장을 다시 정리해볼 수 있다. 아무래도 서양 철학사는 어렵게 느껴지기 쉽다. 철학의 역사가 길뿐 더러 유명한 철학자도 너무 많고, 주장도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명한 철학자의 핵심 내용을 쉬운 말로 풀어 썼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철학자가 다져 놓은 철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말은 즉,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철학을 알았다면 이제 나만의 철학을 펼칠 준비를 해보자. 내 인생의 열쇠는 나에게 쥐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