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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 이언의 철학 여행
  • 잭 보언
  • 25,200원 (10%1,400)
  • 2020-10-30
  • : 259

여러분은 철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생각보다 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철학의 정확한 의미도 알기 어려우니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철학은 인생, 세계 등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또 궁금증이 생긴다. 인생은 뭐고, 세계는 무엇인지.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르고 사는 게 더 속이 편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고자 하고 해답을 찾고자 한다. 철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쩌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무수한 질문이 생기니 말이다. 우리는 철학을 모호하고 심오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말에 반은 동의한다. 하지만 철학 없이 인생을 사는 게 더 어렵다. 이미 우리는 여러 철학적 질문을 하면서 세상을 살고 있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신은 존재하는지, 선과 악은 무엇인지 등등 이런 생각은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고대에 살던 사람들도 똑같이 궁금해 한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이미 우리는 유명한 철학자의 사상이, 또 자신만의 답을 찾고 그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해답을 알고 있다. 고로 우리 모두는 철학자인 셈이다. 그래서 철학은 다른 학문과는 다르다. 다른 학문이 정답을 말할 때 철학은 정답이 없다고 말하고 정답을 의심한다. 정답이 없어서 어렵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철학. 소설로 읽는 철학 입문서 『이언의 철학 여행』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언의 철학 여행'은 철학 소설이자 철학 교양서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이언의 꿈으로 시작한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수 없는 꿈속에서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두 주인공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호기심이 많고 영리한 이언과 질문 대마왕 할아버지의 첫 만남이다. 첫 만남부터 할아버지는 이언에게 대뜸 대고 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있냐고 질문한다. 생각도 안 해본 질문에 이언은 당황스러워하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을 할아버지에게 전한다. 존재의 이유로 시작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할아버지는 마치 자신의 꿈속에만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은 존재다. 꿈속에서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한다면 깨고 나서는 부모님과 대화한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이언이 할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부모님께 할아버지가 했던 질문을 똑같이 되물으며 다시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겠다. 부모님과의 이야기도 끝이 나면 이언은 집을 나선다. 이언의 친구인 '제프'를 만나 그동안 나눴던 철학적인 질문을 현실 세계에 적용해 보는 시간이다. 분명히 이언은 꿈에서만 할아버지를 만나는데 깨어 있을 때도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제프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철학 책이 대부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철학자의 사상을 통시적으로 소개한다면 이 책은 정확히 반대다. 철학적 질문을 13가지로 나누고 그에 따른 철학자의 사상을 공시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독자는 책 제목대로 이언과 함께 철학 여행을 떠나면 된다. 꼭 1장부터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각 장이 1개의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에 궁금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무방하다. 여행을 떠나는 길에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이 생긴다면 바로 옆에 달린 각주를 보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각주가 맨 뒷장에 한데 모아 적힌 게 아니라 설명하는 내용 바로 옆에 있어서 궁금하면 바로 빨간 글씨로 쓰인 각주를 읽었다. 각주만 따로 읽어도 충분히 흥미롭다.

 

이 책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질문을 계속해서 독자에게 던진다. 일단 이언은 나보다 똑똑한 게 분명하다. 머리가 터질 듯한 질문에도 자신만의 답을 내린다. 나라면 모른다고 답하고 생각하기를 그만두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더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냥 술술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머리가 지끈지끈한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다. 예를 들어 4장인 '참과 거짓' 부분에서 참과 거짓을 알기 위해 명제를 증명하고자 한다. 제논의 화살 역설이 등장하고 숫자도 등장한다. 수포자인 내가 수학 문제를 푸는 게 더 나을 정도니 말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모르는 게 많아지는 게 말이 되는가? 이 책이 그렇다. 읽을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진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게 저자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아는 게 진리라고 생각하지? 이 책을 읽으면 더 이상 그렇지 않을걸?'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과연 이언의 모든 행동은 꿈이었을까, 현실이었을까? 미스터리한 이언의 여행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책을 끝까지 읽으면 알 수 있다. 왜? 라는 질문은 줄줄이 사탕처럼 '무엇을','어떻게'를 몰고 온다. 질문하면 할수록 머리가 터질 것 같겠지만 인생에서 한 번은 이런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매트릭스에 이런 말이 나온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가는 것은 다르다." 이제 독자 여러분도 이언과 함께 철학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됐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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