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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 클레어 L. 에반스
  • 15,120원 (10%500)
  • 2020-12-28
  • : 349

지금 컴퓨터와 관련된 인물을 떠올려보자. 여러분은 누가 생각나는가? 나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떠오른다. 여러분도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컴퓨터를 떠올리면 거의 자동으로 남자들이 떠오른다. 당연하게 컴퓨터는 남자들의 영역이고 그들이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컴퓨터의 역사도 당연히 남자들의 역사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과거의 컴퓨터는 지금의 컴퓨터가 아닌 직업의 의미를 가졌다. 컴퓨터란 생계를 위해 계산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뜻한다. 불과 200년 전까지 컴퓨터는 인간이었다. 그것도 여성이었다. 컴퓨터의 역사를 말할 때 여성을 빼놓고 말한다면 앙금 없는 찐빵과도 같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 어디에서도 그들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제라도 가려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 책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컴퓨터는 너무나 익숙한 기계다. 한국인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도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컴퓨터는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였다. 계산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컴퓨터는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을 주로 하던 여성이 채용됐다. 기계의 처리 속도를 셀 때 여성이 같은 일을 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 '걸이어' (girl-year)로 부르고, 기계 노동 단위를 '킬로걸' (kilp-girl)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한 여성은 기억되지 않았다. 최초의 전자 컴퓨터인 에니악의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에니악 6총사의 이름 대신 남성만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는 '에이다 러브레이스' , 컴퓨터 조작을 대중화한 '그레이스 호퍼' , 인터넷의 초기 버전 아파넷을 관리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 여성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최초로 구축한 '스테이시 혼'의 이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거기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거기 있었고 기록되지 않았을 뿐이다.

 

여성은 야생의 컴퓨터를 길들인다. 언어를 가르치고 컴퓨터를 관리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다. 더 나아가 서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한다. 남성이 컴퓨터를 정복하고자 하는 대상으로 삼았다면 여성은 컴퓨터를 교류의 대상으로 삼았다. 컴퓨터를 통해 사소한 이야기는 물론 말하기 어려운 사적인 이야기까지 털어 놓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그들은 서로를 도우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은 여성들에 대한 책이지만 여성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그리고 컴퓨터의 활용을 말하는 책이다. 지금껏 컴퓨터의 역사를 남성과 기계의 역사로만 보는 관점을 뒤집어 보는 책이다. 오늘 날 여러 분야에서 잊혀지고 가려진 여성의 이야기가 드러나고 있다. 너무나 당연히 남성의 것으로만 여긴 컴퓨터 분야에서도 말이다. 여러 컴퓨터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차례에 따라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중간 중간 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읽으면 더 좋다. 감추어져 있을지 몰라도 빛나는 것은 언제간 빛나는 법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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