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이 위주가 된 사회. 수많은 담론들이 오프라인에서 거론되는 시대는 끝났다. 대학의 대자보, 얼굴을 마주하고 진행하는 토론 등. 거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그 순간 상대에게, 담론에게 한순간 몰입하게 되던 오프라인 토론. 인터넷이 보편화되며 우리에게는 허상의 공간이 남았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토론할 수 있게 되었으나, 과연 이것을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괴물들>에서도 언급되지만, "캔슬 컬쳐"와 "불매"는 인터넷 세상의 담론이 익숙해지며, 자주 등장하게 된 단어들이다. 우리는 인터넷 속에서 수많은 담론을 마주하며, 빠르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겪는다. 그 선택은 아주 단순하다. 선하다, 악하다. 얘는 우리 편이다, 아니다. 얘는 잘못했다, 아니다. 이렇게 흑백논리로만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인터넷 속도 때문이다. 빠르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야 하기에, 하루에도 우리는 몇 번이고 선택하고, 버리고 취득함을 정해야만 한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딜레마를 마주한다. "내가 사랑한 문화(영화, 그림, 소설 등) 창작자가 비윤리적 행동을 했을 때, 나는 그것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두고 <괴물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질문 때문에 여러 글을 읽었으나, 그것들은 하나의 해답을 주지 못했다. 아마 이 저자가 그러하듯 그들도 답을 찾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은 나와 함께 고민한다. 수많은 거장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느낀 것을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간다. 그래, 나도 이런 고민을 했어. 이런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그 고민들에 끝이 있을까. 이 책에서 찾은 나름의 해답을 밝히겠다.
p. 297
당신이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이 당신을 나쁜 사람 혹은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아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왜 계속 선택하며, 비윤리적 창작자의 작품을 소비하길 꺼렸을까? 결국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윤리적 행동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의 앞으로의 미래를 지지하는 듯 보여서. 그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나 위 인용한 글처럼, 단순히 소비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좋지 않은 사람이 되진 않는다. 그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괴물들>에서 저자가 끊임없이 고민했듯, 나는 위처럼 나름의 답을 얻었으나 고민을 멈추진 못할 거이다. 계속해서 소비 앞에서 머뭇거릴 것이다. 이걸 선택해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에서 더 나아가, 빠른 속도에 나도 모르게 그들을 한순간 처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발자국 떨어지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다. 느린 속도감을 스스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며, 나를 살피고 속도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 도움을 분명히 줄 책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