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악가인 아버지와 언어학자인 어머니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파스칼 키냐르. 그의 소설 <사랑 바다>에는 음악, 예술, 사랑, 도박의 쾌락이 자주 보인다. 이 쾌락에서도 자꾸만 느껴지는 것들. 허무함을 드러낸다. 그를 통해 이 소설은, 삶의 허무함과 살아감을 말하며 결국 삶을 파헤친다.
p. 33
형태 없는, 아무런 형태 없는 무한한 바다로 달아나는 거야. 내킬 때마다 발을 물에 담그고, 배를 물로 밀고 나가는 거지. 세상의 아름다움 속에서 길을 잃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때마다 말이네.
바다의 밀려 들어오고 나가는 것. 그 동력과 형태 없음의 무한함을 말한다. 책 <사랑 바다>는 사랑, 바다, 음악,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한다.
1. 카드를 쥔 손
그가 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걸 어떤 존재가 추정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는 매일 물러나면서 그 이후에도 지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길까?
우리가 사는 시간 내내 무엇을 축적하건, 무엇을 고백하거나 고백한다고 주장하건, 우리는 자연도, 몸도, 심지어 우리 자신이 지나간 날에 남겨 놓은 발걸음조차 알지 못한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건, 자기 삶에 어떤 움직임을 바라건, 우리는 그 방향을 알지 못한다. 꺼져 가는 끄트머리조차 방향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운명은 관측되지 않는 비밀이다.
실존의 토대를 이룬 모든 것이 그 장본인에게 그토록 완벽히 감춰진다는 건 참 경이로운 일이다.
이렇듯 파스칼 키냐르는 각 챕터마다 깊이 있는 사유의 문장들을 보여준다. 이 책은 챕터별로 분절된듯 보이지만, 그만의 매력이 있다. 몰입감 있게 이어지는 감정선, 그렇지만 각 챕터마다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문장의 매력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며, 때문에 몇 편의 챕터는 전문을 기록해 두었다.
비가 오고, 어두운 이 날씨에서 이 소설을 몰입하며 읽어나가면 아주 매력적일 듯하다. 책에는 앞서 말했듯 음악가가 소개되며, 그 예술적 감각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이 책에 몰입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