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에는, 결정과 행위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책임없는 권한은 없지요. 그간 검찰이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은 법을 집행하는 권력기관으로 정작 자신들은 법을 지키지 않았고, 이런 검찰에 수술용 메스를 감히 들이댈 기관이 달리 없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을 비롯하여 검찰과 결탁한 힘 있는 자들이 법과 원칙에 따른 책임을 질 때, 비로소 법과 원칙이 바로 서겠지요.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 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잠든 척 하는 검찰을 눈뜨게 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삼국유사> 수로부인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용에게 수로부인을 빼앗겨 발을 동동거리는 순정공에게
한 노인이 "여러 사람의 말은 무쇠도 녹인다 했습니다. 백성을 모아 물가 언덕을 치며 노래를 부르게 하세요. 용도 부인을 내놓지 않고는 못 배길 것입니다." 라고 했다지요. 까마득한 신라 시대에도 백성의 함성은 용조차 그 뜻을 꺾게 했는데, 하물며 대한민국 주권자 국민의 함성은 무엇인들 움직이지 못하겠습니까?
검찰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의 날선 감시와 비판만이 검찰을 바꿀 수 있겠지요. 함께 꾸는 꿈의 힘을, 결국 함께 나아가는 역사의 힘찬 발걸음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