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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호빵님의 서재
  • 올랜도
  • 버지니아 울프
  • 13,050원 (10%720)
  • 2019-04-25
  • : 1,694
그녀에게 시간은 길이가 아닌 넓이였다



올랜도 아니 울프가 세상을 직시하는 시간차는 우리와는 다를 수도 있겠다. 자연의 미묘한 시간을 알아채는 그런 세심함을 시대는 기다리지 않는다.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조차도 내가 누리고 있는 이 마술같은 것에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바라보아도 이미 이 세상이 저 먼 곳으로 가버리는 시간의 변화를  쫓아가기는 버겁기 마찬가지다. 적응하는 시간을 절대 주지 않는 짧은 시간에서 올랜도의 머리 속은 점점 더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녀가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삶에 관한 끊임없는 질문은 나름 세상 속에서 그녀의 자리를 찾고자 했던 것일 수도.


책 속 올랜도의 나이 36세

˝시간이 내 위로 지나가벼렸어˝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어˝


이젠 물건 하나를 봐도 기억 속 무언가가 떠오르는 나이다. 하나가 더 이상 하나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단순해질 수도 없는 것이다. 연쇄반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이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36세의 올랜도 아직은 한창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몇백 년을 넘겨 살아 왔다. 판타지 같지만 사실이다. 그녀의 시간은 우리와는 달랐으니까.

누군가에게 난 아직은 한창일 나이인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란 것이 증명된다.


나이, 시간의 길이, 동시간대를 살고 있지만 시간의 굵기는 각각이 틀리다. 올랜도의 시간은 그 폭이 사방으로 흘러갔던 것이다. 36년을 산 그녀지만, 그녀는 이미 몇백 살이 그녀의 시간에 녹아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도 다른 이들보다 더 걸렸을 것이다.
그래서 늘 정신은 딴 곳으로 보낸 사람마냥 넋을 잃었던 것일 수도 있다. 올랜도의 현실의 시간에선 다른이와 속도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랜도의 의식 속에서 흘러 다니는 무한한 것들이 올랜도의 머리를 조금씩 잠식해 나갔다. 그리고 가슴 속에 자신의 것들을 쥐고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 올랜도의 마음 속에는 76개의 서로 다른 시간이 동시에 재깍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동시대의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그럴 때마다 불러오는 올랜도의 수많은 모습들은 올랜도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자아인 것이다. 여러 자아들과 맺은 상이한 조건들이 올랜도의 경험과 함께 또 그 영역을 넓혀 간다.
때론 황당한 세계로의 확장으로 말이다. 그리고 올랜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자아는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날 수가 없다. 아니 진정한 올랜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빠르게 변화를 변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그놈의 자아가 바뀌고 있었다.


올랜도의 참된 자아는 도대체 언제 나타나는 건지...
참된자아는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모든 자아를 불러 모아 맨 위에 자리잡고, 이 모두를 통제한다. 그리고 참된 자아는 시기적절하게 이 의식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때론 엉뚱한 자아가 튀어나올 때는 모르겠다. 참된 자아도 쉬어야 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근데, 시간의 충격을 보다 넓게 받아들이는 올랜도는 그 시간의 폭이 매ㅡ우  넓고 깊어 만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녀에게 시간이란 길이가 아닌 넓이였다.
그 넓이가 방대해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쫓아갔는지 읽고난  지금도 솔직히 모르겠다.

그녀의 방에서 나는 아직도 탈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구를 찾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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