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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 강양구
  • 13,500원 (10%750)
  • 2019-03-15
  • : 2,138

제대로 질문하고 새롭게 바라보기

-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강양구, 북트리거, 2019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질문이 틀렸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아닌 답을 찾는 교육에 길들여져 왔다. 이러한 결과중심의 교육은 여러 가지 폐단을 가져왔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과 믿고 있는 것에 대해 의심하거나 질문하려 하지 않는다. 결과만 좋다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잘 나가기 위해 그 어떤 비리와 범죄도 감수한다.


이 책에서 저자 강양구 기자는 그동안 우리가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에 초점을 맞추며 수상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처럼 투표를 통한 선거가 아닌 추첨이나 제비뽑기로 선거를 하면 어떨까? 일부일처제는 합리적인 혼인 제도일까? SNS에서 보는 정보들은 과연 믿을만한 정보일까? GMO는 과연 나쁜 것일까? 평소 생각지도 못한 지점을 훅 치고 들어오는 질문들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들이 잠자던 뇌를 활성화시켜주었다.



역발상의 질문이 가져다준 노벨상


수상한 질문들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2018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혼조 교수는 인간의 면역 체계에 대해 연구하면서 남들과 다른 질문을 던진다. “T세포 같은 면역세포가 임무를 다하고 나서 어떻게 퇴장할까?” 다른 과학자들이 면역 세포의 대항 메커니즘에 주목할 때, 혼조 교수는 면역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제어장치에 주목했다. 그 결과, T세포 같은 면역 세포 표면에 있는 ‘PD-1’ 단백질을 발견한다. 혼조 교수는 이 발견에서 더 나아가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와 연결하고자 한다. PD-1 같은 단백질은 면역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데 암의 경우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PD-1 단백질을 만나면 면역세포가 활동을 중단하는 것을 발견한다. 따라서 암세포를 억제하기 위해서 이 두 단백질이 만나지 않도록 외부물질을 주입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암세포를 억제하는 과정이 한 문단으로 표현될 만큼 간단한 것이었지만, 혼조 교수 이전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질문이 틀렸기 때문에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분법을 넘어서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가 얼마 전 베이징 TV와의 인터뷰에서 “도구가 아닌 문제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는 협박 속에서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 코딩 교육이 열풍이다. 일런 머스크의 말에 따르자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코딩을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다가오는 세기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선 존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학자인 도나 해러웨이는 1985년에 「사이보그 선언」을 발표한다. 그는 인간(자연)과 기계(인공)의 구분은 우리 몸이 보여 주듯이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라는 관점을 통해 그녀는 남성/여성, 백인/비백인, 서구/비서구, 인간/동물, 자연/비자연 등으로 나뉘어진 이분법적 세계와 위계질서를 비판한다.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향후 펼쳐질 미래 세계에 역시 지배/피지배의 구도로밖에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코딩을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와 다른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공존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은 아주 좋은 가이드북이 되어 준다. 단순히 질문만 툭,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겹쳐 읽고 확장해서 읽을 수 있는 단서를 남기기 때문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그 장의 내용과 함께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른 장을 <겹쳐 읽기>로 소개한다. 유전자 가위에 대한 이야기는 유전자 변형 먹을거리와 연결되고, 집단 지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와 대안을 생각해보는 꼭지로 연결된다. <확장해서 읽기>는 관련 주제에 대해 깊이 읽게 읽어볼 수 있는 책들을 제시해 저자가 던진 질문이 깊은 사유로 확장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책은 책을 덮고 난 후 다른 책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장바구니에 도나 헤러웨이의 <한 장의 잎사귀처럼>과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가 담겼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계모의 손에 이끌려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집을 찾아올 수 있게 지나온 길에 뿌려둔 빵가루처럼 저자가 곳곳에 뿌려둔 책가루(?)를 더듬으며 새롭게 질문하고, 뒤집어 바라보는 눈이 더욱 깊어질 수 있기를!



#원탁의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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