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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님의 서재
  • 자리
  • 김소희
  • 13,500원 (10%750)
  • 2020-12-10
  • : 610
만화책 <자리>의 제목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개인이 생활하는 집 자리, 또 하나는 사회에서 직업인으로 위치하는 사회적 자리이다.

주인공 송이와 순이는 보증금과 월세로 낼 돈이 부족해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 어렵다. 가난하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20대 청춘이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안 한다면 당연히 돈이 없다. 부모의 돈을 받아 집을 구하거나 부모의 집에 얹혀산다. 그런데 송이와 순이는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집을 구한다. 그들을 가난하다고 말한다면 20대 청춘 대부분이 가난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모의 돈이지 청춘이 자신의 힘으로 번 돈은 아니니까.

송이와 순이는 당장 돈을 벌어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것보다 창작자로서의 꿈을 이루기를 원한다. 첫 만화책과 그림책을 출판하는 데는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람이 살 만한 멀쩡한 집을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은 곧 시간이다. 송이와 순이에게는 돈과 시간 모두 부족하다. 월세를 아끼기 위해 빛이 드는 창문이 없는 지하 집, 난방이 되지 않는 옥탑방, 방범이 취약해 도둑이 드는 집으로 이사를 다닌다. 화장실의 위치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림 그릴 시간을 벌기 위해 잠잘 시간, 사람 만날 시간을 줄인다. 생활은 피폐해지고 건강은 나빠진다. 몸을 갈아 넣어 돈과 시간으로 바꾼다.

나는 이 만화를 예술을 위해 가난을 선택한 청춘의 이야기로 보고 싶지 않다. 이 문장에서 예술을 빼고 꿈을 넣어도 마찬가지다. 가난에도 마지노선이 있어야 한다. 청춘들이 가난하게 살 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주거 비용이다. 잠자고 먹고 싸는 자리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에 돈을 쓸 여지가 없다. 꿈꾸는 일은 두렵기만 하다. 꿈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많은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잃어버린 후에야 알 수 있다. 주거비용 때문에 다른 곳에 돈을 쓸 여지가 없으니 사회에서 정해 놓은 순서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노년까지 갚아야 할 빚을 지고 집을 구입한다. 안정을 느껴야 마땅한 자리를 무겁게 지고 갈 짐으로 바꿔놓는다.

<자리>는 사회에서 강요한 순서를 깨고 성장하는 두 명의 청춘 이야기다. 혼자라면 불가능했을지 모를 일을 둘이서 헤쳐나간다. 존경의 마음을 갖지만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나라면. 내가 과거 20대로 돌아가 사회의 순서를 따르지 않은 이유로 미래에 가난하고 아프고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을 안다면 그래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글쎄. 나는 아직 과정에 있다. 후회는 미래의 일이라 과정을 어떻게 지나가느냐 따라 달라질 것이라 믿고 싶다.

사실 나도 가난한 집에 대해서라면 어디 가서도 지지 않고 (왜 이기려고 하지?) 썰을 풀 수 있는데 <자리>를 보고 그나마 괜찮은 집들로 이사 다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적어도 화장실 문은 있었지. 위치는 멀었어도.

<자리>는 청춘, 꿈, 신념, 주거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우리 집 아홉 살 어린이가 앉은 자리에서 완독한 것을 보면 재미를 보장한다. 많은 사람이 책을 보고 청춘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김소희 작가의 자리가 흔들리거나 비가 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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