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깊은 숲속, 늑대는 할머니께 케이크를 가져다 주려는 빨간 모자를 만나요. 늑대는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잡아먹으려 꾀를 내어 빨간 모자가 늦게 오게 하고, 먼저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지요. 그러나 그곳에서 늑대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이해요. 맛있는 음식 냄새에 이끌려 식탁 앞에 앉고, 할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에 몸이 풀리기 시작하지요. 이내 함께 놀이를 즐기며 늑대는 자신이 왜 왔는지도 잊어버리지요. 그때 할머니가 조용히 묻지요. “아직도 이 할미를 잡아먹고 싶니?”
짧은 질문이지만, 배가 고파서, 외로워서, 심심했던 늑대의 마음에 따뜻한 볕처럼 스며드는 말이에요. 늑대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한 후 대답 대신 꼬리를 흔들지요. 그 순간부터 늑대의 눈빛이 달라져요. 무서움 대신 다정함이 자리 잡고, 외로움이 사라지지요. 그렇게 늑대는 멍멍이가 되었지요.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나쁜 애들이 나쁜 짓을 하는 이유는 정말 나빠서일까?’라는 작가의 물음이 오래 남았어요. 어쩌면 외로워서, 배고파서,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요. 벌을 주는 대신, 그 마음을 한 번 안아주면 어땠을까. 늑대의 변화는 바로 그 순간, 이해받는 따뜻함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이 책의 매력은 반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바꾸게 만드는 힘이에요.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다음’을 상상한 이 작품은, 우리가 늘 알고 있던 결말의 이면을 보여주었지요. 누군가를 나쁜 존재로만 단정하지 않고, 그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려는 '용기'! 늑대를 다정하게 바라본 할머니처럼,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포근해질 거예요.
‘믿거나 말거나’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결국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몰라요. “당신은 어떤 시선으로 누군가를 보고 있나요?” 하고요. 그렇게 보면 <멍멍이의 탄생>은 늑대가 멍멍이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한 편의 따뜻한 거울 같은 이야기네요. 늑대가 변하던 그 순간, 우리 안의 무언가도 함께 부드러워졌을 거예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