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RHK(주니어랜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늘 곁에서 함께 놀던 장난감 펭귄이 어느 날 사라졌어요.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집 안 곳곳을 뒤지지만 펭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요. 그때 할아버지가 말해요. “우리, 가 보지 않은 바다로 가볼까?”
먼지 쌓인 지하실 구석에서 두 사람은 오래된 욕조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바다를 항해할 배로 고쳐 타기로 해요. 욕조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아가며 여러 배를 마주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모험이 이어지지요. 과연 펭귄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사라진 펭귄을 찾는 이야기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남는 건 ‘펭귄 인형’이 아니었어요. 무엇을 잃었는지 보다 함께 찾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있지요. 서로를 믿는 눈빛, 욕조를 배로 바꿔 떠나는 용기, 그 안에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은 언제나 모험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욕조를 배로 바꾸는 일도, 먼바다로 향하는 일도 ‘할아버지가 함께라면 뭐든 가능하다’는 믿음이 그를 움직이게 하지요. 그 믿음은 아이를 선장으로 세우고, 할아버지는 항해사가 되어 뒤에서 묵묵히 따라가고 있어요. 아이의 리더십은 그렇게 사랑받는 경험 위에서 자라나요. 할아버지가 응원해 주신다면, 어떤 모험도 망설임보다 설렘이 먼저일 거예요.
샘 어셔의 그림은 수채화의 투명함과 구아슈의 깊이를 함께 품고 있어요. 먼저 펜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하늘과 바다처럼 넓은 공간에는 맑은 수채화를 써서 시원한 공기를 담아내지요. 낡은 욕조나 인물의 표정처럼 세밀한 부분에는 불투명한 구아슈를 더해 입체감을 살려냈지요.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균형을 이루며, 모험의 긴장과 따뜻한 감정이 동시에 전해지지요.
색이 겹쳐질수록 장면은 깊이를 더하고, 수채화의 번짐은 바람의 결처럼 부드럽게 스며들어요.
그림 속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두 사람이 숨을 고르고 다시 나아가는 자리처럼 느껴졌어요.
펭귄을 찾아 떠난 이야기는 결국 “무엇이 진짜 소중한가”를 묻는 여정이에요. 세상에는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찾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은 대단한 보물이 아니라 함께 웃고, 함께 떠나는 순간일지도 몰라요. 욕조를 고쳐 배를 만드는 장면을 보며 문득 ‘나의 작은 욕조는 어디 있을까’ 생각했어요. 바다로 나가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 용기가 이미 모험의 시작이지요.
<CLANG! 펭귄이 사라진 날의 기적>은 무언가를 잃어도 다시 찾아 나설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길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이야기해요. 세상에는 정말, 지구 끝까지 찾아가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람일 수도, 기억일 수도, 혹은 아주 오래전 나에게로 향한 여정일 수도 있겠지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