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주제 하에 호텔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손님의 가면을 지켜내는 호텔리어와 그것을 파헤치는 형사’가 이끌어가는 독특한 미스터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호텔리어로 위장했던 경시청 수사1과의 엘리트 형사 닛타 고스케와, 베테랑 호텔리어이자 닛타의 파트너로 활약했던 야마기시 나오미의 두 번째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는데, 뜻밖에도 시리즈 2편인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두 주인공의 프리퀄을 그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1편에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의 과거를 그렸다는 뜻인데, 서로를 모르던 각자의 과거가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도 (뒷표지 소개글대로) 만난 듯 안 만난 듯한 흥미로운 설정과 전개 덕분에 마치 한 공간에서 함께 활약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닛타는 갓 경시청 수사1과에 들어온 ‘신입’으로, 나오미는 이제 4년차에 접어든 막 신참 딱지를 뗀 프런트 직원으로 등장합니다.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수록돼있는데, 첫 번째와 세 번째 수록작이 나오미의 이야기를, 두 번째 수록작이 닛타의 이야기를,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수록작이 두 사람이 간접적으로 얽히는 살인사건을 다룹니다.
뼛속까지 진정한 호텔리어인 나오미는 손님의 가면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가면 아래의 민낯’을 파악해내는 특별한 재능을 갖췄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은 눈치 채지 못하는 손님의 특별한 사연을 포착하기도 하고, 그들이 감추고자 하는 비밀도 어렵지 않게 알아내는 ‘명탐정’의 기질을 발휘하곤 합니다. 나오미가 맞닥뜨린 사건들은 일상 미스터리 수준의 가벼운 해프닝들이지만 그것들을 해결하고 마무리짓는 과정은 결코 쉽지도, 가볍지도 않습니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휴머니즘 미스터리의 맛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뛰어난 능력자지만 공명심과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캐릭터로 등장했던 닛타는 신입 시절부터 선배 형사로부터 “건방지고 왠지 밉살맞은 녀석이지만, 역시 머리가 진짜 뛰어납니다.”라는 평을 듣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신입 주제에 상관에게 정보 공유를 요구하는가 하면, 자신의 공을 채가려는 선배에게 대놓고 항의하기도 합니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 역시 독특해서, 그는 여느 경찰 미스터리 주인공과 달리 단서 자체보다 ‘기발한 상상력’을 추리의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억지스럽거나 납득하기 힘든 ‘비약’이 아니라 듣고 보면 정말 그럴듯한 추리라서 소설 속 인물들은 물론 독자마저 저절로 수긍하게 만듭니다. 얄밉지만 정감도 가고, ‘기발한 상상력’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흥미로운 경찰 캐릭터라고 할까요?
성격, 취향, 가치관 등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닛타와 나오미의 과거 이야기는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여줬습니다. 이미 한 번 읽은 이야기인데도 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처음 읽는 듯 생소한 게 사실인데, 덕분에 후속작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에서 연쇄살인사건 이후 재회하게 될 닛타와 나오미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