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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Like Hanabi...
  • 매스커레이드 호텔
  • 히가시노 게이고
  • 18,000원 (10%1,000)
  • 2012-07-31
  • : 7,510

피해자 간에 연관성도 없고, 수법도 제각각이지만 현장에 남겨진 기이한 숫자들 때문에 동일범에 의한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살인이 일어난 가운데, 경시청은 다음 사건 현장으로 추정되는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 형사들을 위장 잠입시킵니다. 프런트 직원으로 변신한 수사1과의 엘리트 형사 닛타 고스케는 베테랑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와 번번이 충돌하는 것은 물론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 호텔에서의 하루하루가 답답하게 여겨질 뿐입니다. 그러던 중 범인의 정체와 의도를 간파한 닛타는 한때 파트너였던 관할서 중년형사 노세와의 협업을 통해 조금씩 진상에 다가가는데, 그 와중에 범인이 주말에 호텔에서 열릴 결혼식을 노리는 것으로 드러나자 최고의 긴장 상태에 돌입합니다.



2012년에 한국에 출간된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가가 교이치로(가가 형사 시리즈)와 유가와 마나부(갈릴레오 시리즈)에 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 번째 주인공 닛타 고스케의 첫 등장을 알린 작품입니다. 최근(2026년)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매스커레이드 라이프’가 한국에 소개됐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엄청난 생산력(?)으로 볼 때 14년 동안 다섯 작품이면 다소 의외다 싶긴 하지만, 또 그만큼 작가가 애정을 품고 꾸준히 키워가는 시리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 출간 역시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2011년, ‘매스커레이드 라이프’가 2025년입니다)

 

연쇄살인이지만 연쇄살인 같지 않은 기이한 사건, 경시청 형사들의 어색하기 짝이 없는 호텔리어 위장, 메인 사건과 연관 없는 듯 보이면서도 결코 대충 읽어 넘길 수 없는 호텔리어와 고객 사이의 다양한 트러블, 그리고 두 주인공 닛타 고스케와 야마기시 나오미 사이의 갈등-충돌-협업으로 이어지는 미묘한 분위기 등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살인사건 미스터리 외에도 눈길을 끄는 여러 가지 재료가 뒤섞인 작품입니다. 500페이지가 살짝 넘는 분량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가볍고 쉬운 문장들에다 여러 재료들이 선사하는 재미 덕분에 한 호흡에 마지막 장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범인의 정체라든가 동기와 수법 등 막판에 밝혀지는 진실의 수위는 미스터리 레벨로 따지면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전의 맛이 대단하진 않지만 정교한 구도 속에 차근차근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나름 흥미롭게 읽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건 주인공 닛타 고스케와 두 명의 매력적인 조연의 캐릭터 및 케미입니다.

 

30대에 경시청 수사1과 엘리트 형사가 된 닛타 고스케는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공명심에 약간의 오만함까지 지닌 ‘재수 없는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현장을 뛰며 직접 범인을 잡고 싶어 하는 그로서는 호텔 프런트 직원으로의 위장이 마음에 들 리가 없습니다. 당연히 경시청 상부는 물론 호텔 측과도 이런저런 트러블을 겪게 되는데, 특히 현실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상적인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와 열흘 남짓한 시간을 보내면서 겪는 갈등과 충돌은 미스터리 이상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첫 만남부터 닛타에게 강한 거부감이 들었던 나오미는 그가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온갖 잔소리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그에게서 경찰로서의 진정성을 엿본 나오미는 나름 독자적인 조사를 펼치기도 하고, 뜻밖의 조언으로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아주 옅긴 해도 로맨스의 기운까지 내비쳐서 이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또 한 명의 조연은 시원찮은 외모의 중년형사 노세입니다. 첫 사건 때 관할서 형사로서 닛타와 파트너가 된 그는 닛타와는 정반대 캐릭터입니다. 허허실실 스타일에 딱히 공명심도 없어서 자신보다 파트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더 즐기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의외의 대목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곤 해서 닛타를 놀라게 만드는데, 이후 닛타에게 인간으로서 또 형사로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스승의 역할까지 맡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독하고 센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에겐 다소 심심하게 읽힐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들이 워낙 매력적이라 후속작을 읽고 싶게 만드는 힘만큼은 강렬한 작품입니다. 서평을 쓰지 않던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다가 신작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다시 읽기로 했는데, 줄거리는 거의 다 잊었지만 닛타와 나오미와 노세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여전해서 다음 작품인 ‘매스커레이드 이브’ 역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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