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뒤 남은것은 재생성이다.
Gaebokchi 2022/12/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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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버린 지도 (무선)
- 아베 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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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 2013-09-30
: 988
책의 표지가 아주 인상적이다. 사람의 얼굴을 지도에 빗대 불에타 없어져가는 모습. 지도란 개인의 모든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것은 하나의 지도이다. 도시라는 거대한 빌딩숲에 사는 현대인. 그리고 빌딩처럼 복잡한 지도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복잡한 지도속에서 길을 잃고 모든 지도를 불태워 버린채 또다른 내가 되곤한다.
그는 흥신소 직원이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된다. 남편의 이름은 네무로 히로시. 남편의 아내를 찾아가지만 단서는 성냥뿐이다. 마치 지도는 불타버리고 무의미한 성냥만 남은것처럼. 그는 사건을 의뢰한 아내의 동생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많은것을 숨기며 알려주지 않는 동생.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지도가 복잡한 빌딩을 이루듯이 사건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어느날 그와 동생은 괴한의 습격을 받게되고 동생은 살해당한다. 그는 실종자의 부하직원인 다시로를 만나 증거자료 들을 모은다. 하지만 증거자료는 전부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다시로는 사실을 말하게되고 자기변호를 하지만 그는 냉담하다. 그리고 죄책감과 압박감에 다시로는 자살해 버리게 된다. 결국 그는 흥신소의 일을 그만두게 되고 유일한 단서인 커피점 동백을 찾게된다. 그곳에서 그는 의문의 폭행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기억상실에 걸려 자기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실종자가 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고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가야하는 그. 복잡한 지도속에서 길을 잃고 모든 지도를 불태워 버린채 다른 삶을 살게된다.
남편은 증발해 버렸다. 스스로의 지도에서 헤메인채 실종자가 되어버렸다. 현실이라는 곳에서 목적을 잃은채 현실을 탈출한 사람. 소설의 후미에 자살한 것으로 나오지만 삶으로의 도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의 실종에 무관심하다.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다. 굳이 증발되어 버린 남편을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현실은 미궁이란 이름의 지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목적과 의지를 잃어버렸다. 아내의 동생은 목적과 의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살해당해 버린다. 진리를 찾아헤메는 사람은 언젠가 결과에 맞닿게 된다. 다시로는 현실의 압박감과 괴로움에 자살이라는 도피처로 뛰어든다. 그리고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지도가 불타버린채 새로운 삶을 살게된다. 마치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가듯이.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독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3인칭 서술이 아닌 1인칭 서술로 써서 마치 독자가 겪는 일처럼 표현하였다. 즉 작가는 사람이란 기존의 지도를 불태우며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나가야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잘생각해보면 하나의 교훈소설 같아보인다. 독자에게 전하는.
나또한 기존의 지도를 불태우며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나가야 했다. 고등학교 때가 그랬으며 30대인 현재가 그러했다. 최근들어선 절친이 4년전 갑자기 행방불명된채 연락이 끊어졌고, 대신에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됐다. 현실에서의 지도란 이렇게 불태워진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과정이 무한으로 반복되어야 진실된 나에게 맞닿을 것이다. 소설에서 혼돈은 새로운 충돌을 만들고 모든것을 불태운다. 그리고 모든것은 나를 중심으로 재생성된다. 물론 재성성의 주체는 나이다.
불태워진 지도앞에 보인 나의모습은 뿌연담배 연기처럼 희미한것이 아니다. 공(비어있음)이란 사라짐이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장 그르니에의 ‘공의매혹’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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