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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tnwls님의 서재
  • 와세다 1.5평 청춘기
  • 다카노 히데유키
  • 8,820원 (10%490)
  • 2007-09-07
  • : 345
 이 책은 순전히 지대넓얕 막방에 김도인이 한 말 때문에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지대넓얕이 끝난 후 패널들의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며 김도인이 ‘와세다 1.5평 청춘기‘에 나온 사람들처럼 B급 인생도 아니고 C급 인생을 살아가는 게 자기한테 맞는 거 같다며,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하는 말에 B급도 아니고 C급인 삶은 무슨 삶인지 궁금해졌다. 

즐겨 듣던 방송이 끝나버려 그 아쉬움을 이 책으로나마 달래보고 싶은 마음도 컸고. 지대넓얕에서 나온 컨텐츠를 찾아보며 혼자 뒤풀이를 하고 있다. 약간은 쓸쓸해하며.

 집 근처 도서관에 들려 보존실에 고이 보존되어 있는 책을 찾아내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북플에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별로 없는 걸로 보아 널리 읽힌 책 같지는 않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았고 보존실에 보관되어 있지만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마치 김도인이라는 사람이 주는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고.

 몇 년 남지 않은 청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모티브를 좀 얻으면 좋겠다.

 노노무라 2층의 끝자락에 위치한 다다미 석장의 1.5평 방에서 마음 가는 대로 진하게 청춘을 보낸 그가 33살 이후의 삶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진다. ‘참인간‘이 되어 어른으로 살아왔을지 아니면 노노무라의 연장선이었을지. 그 중간의 어딘가일지. 

와세다 탐험부 사람들처럼 정박되어 있는 내 청춘을 어딘가로 풀어주어 마음대로 표류시키고 싶다.

밑줄, 생각

32쪽
 나중에 주인아줌마에게 물어본 바, 장남은 물건을 때려 부수는 게 아니란다.
 ˝필요 없는 카세트테이프를 산처럼 쌓아놓고 화가 나면 그걸 있는 대로 뒤집어엎는 거지. 그런 걸 효과음이라고 하나? 그 애도 다 계산해가며 성질을 부리는 거라우, 의외로 효자라니까.˝

46쪽
˝쓸 수 있는 건 쓰고, 신을 수 있는 건 신습니다!˝
 바깥 세상은 거품의 절정이었다. 절약이 악덕, 낭비가 미덕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그리고 수전노는 노랑이다. 일반적으로 노랑이는 자기 돈은 아까워하면서도 남이 돈 쓰는 건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과 남의 구별을 넘어 모든 것을 아까워한다. 모든 것을 아끼고자 한다. 

51쪽
‘목표 지점 확인, 정조준 살포 엄수.‘

54쪽
폐지 수집 선반에는 주택정보 책자가 점차 쌓여갔다. 그러한 현상을 또 고이 넘기지 못한 것이 바로 주인아줌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버리다니 아깝게스리.......˝
 아줌마는 그것을 보는 족족 노노무라 문고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자유로이 읽으시오.‘라는 글 밑에 지나간 주간주택정보 책자가 쭈욱 진열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됐다. 
 다시로 씨는 겐조 씨뿐만 아니라 이 집의 존재 자체가 참을 수 없게 됐던지 그 뒤 어딘가로 잠적해버렸다.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그 후로도 변기의 머리카락은 끊임없이 발견됐다. 겐조 씨는 전에 없이 맹한 얼굴을 하고 나직이 말했다.
 ˝다카노 군, 다시로 군 짓이 아니었나 보네.......˝

58쪽
˝필요 이상 벌지 말고, 필요 이상 쓰지 말자.˝ 이것이 나의 모토였다.  

73쪽
나는 11년에 걸쳐 노노무라에 살다가 그 후 다른 집을 찾을 때 프리랜서라는 이유만으로 부동산과 집주인들에게 몇 차례나 입주를 거절당했다. 그건 분노를 넘어 어이 상실 수준이었는데, 어찌 보면 그것이 회사중심사회 일본의 실상인 것이다.

: 일본의 회사중심사회에 대해서는 아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를 읽고 조금 알게 된 부분이 있다. 

74쪽
노노무라의 주인아줌마는 통이 크다고 할까, 대범하다. 제대로 말도 안 통하는 프랑스인, 사법시험 만수생인 사십 대 남자, 알바족 등 누구든 양팔 벌려 대환영이다. 직업이 없어도 걱정 없다. 걱정은커녕 ˝지금 일자리가 없어 고민입니다.˝라고 하면 그거 큰일이라며 동정을 사, 격렬한 입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79쪽
노노무라는 정해진 방에 정해진 인간이 산다는 보편적인 원칙을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잊고 사는 집이었다.

86쪽
가토 선배 덕분에 한때 탐험부가 해체될 뻔한 적도 있단다. ‘진정한 탐험‘을 추구한 결과, 가토 선배는 다음과 같이 제창했다.
 ˝현재 지구상에는 더 이상 지리적 탐험을 할 장소가 없다. 진정한 탐험이 가능한 곳은 우주뿐이다. 우주에 가기 위해서는 로켓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제부터 우리는 산과 해외 원정 따위 전면 중단하고 로켓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토 선배는 강력히 주장했고 이에 반발한 다른 선배들이 대동단결하여 동아리 탈퇴를 선언한 해프닝이었다. 

116쪽
그러나 가토 선배의 하이라이트는 거기까지였다. 막상 역영단계에 들자 도무지 속도가 붙지 않았다. 눈 깜짝할 새 다른 선수들에게 추월당하더니 막판엔 5미터 이상이나 떨어진 채 맨 꼴찌로 골인했다. 가토 선배의 말로는 자기 철학대로 기본부터 철저히 다지느라 몸 만들기와 입수 자세에만 1년이 걸렸단다. ˝딱 1년만 더 했더라면 스퍼트 내는 것도 마스터했을 텐데.......˝ 그는 몹시 안타까워했다. 

125쪽
이처럼 노노무라에서는 ‘TV비확산조약‘이라도 있는 것마냥 TV 보유자가 적다. 

131쪽
결국 이 건으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분위기 잘 타는 어리버리 인간보다 영리하고 이성적인 인간이 더 세뇌당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TV는 보급률이 너무 높으면 사람 사이의 살가운 교류를 빼앗을 우려가 있지만, 보급률이 딱 43퍼센트 정도 되면 사람들 사이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이다. 

140쪽
걱정마라, 힘내라, 친구들의 응원 소리에 어여차 힘이 과했구나
시합 후 이어지는 여흥 자리, 이제 와 승부 따져 무엇 하리

146쪽
˝그런 이에모토제도(일본은 고대부터 전통적인 기술과 기예를 특화하여 특정 집안과 일족이 독점적으로 권리를 갖고 대대로 기술을 전수하도록 함-옮긴이) 따위 다 돈벌이 수단이지. 그깟 면허증 한 장 주고 몇 만 엔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실력 없는 것들이 꼭 돈 버는 데는 약단 말씀이야. 이에모토제도가 전통음악을 망쳤어.˝

167쪽
˝다카노, 이제 그렇게 젊은 나이도 아닌데 장래를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냐?˝

200쪽
자다 지쳐 다시 잠을 자는 이른바 영구수면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25쪽
제1차 노노무라 대전. 이 얼마나 살얼음판 같고 또 얼마나 소시민적인 전쟁인가.

237쪽
˝그러게, 그랬던 때가 있었다니....... 지금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지. 선배님은 지금도 그 시절을 살고 있는 거네요.˝
˝앞으로도 이대로 밀고 나가세요.˝
나는 혼자 터덜터덜 발길을 돌렸다. 다들 앞으로 뛰어나가는데 나 혼자 뒤처진 기분이 들었다. 

260쪽
다시 시작된 이 공동생활은 말하자면 ‘왕정복고운동‘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인생의 반쪽도 없이 막막증에 시달렸고, 이시카와는 방황을 거듭한 끝에 아프리카에서 돌아왔지만 일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사람 냄새 나는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264쪽
˝간단히 말해서 ‘경제 활성화=환경 파괴‘란 소리야.˝
 내가 결론지었다.
 ˝그렇죠. 사람들 전부 좀 더 생활 수준을 떨어트리는 것만이 인류가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이시카와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동이 미덕이라는 인식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인 내가 쐐기를 박았따.
 ˝인간이 일을 하면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습니까? 환경을 지키려면 일이나 소비나 최소한의 수준으로 낮춰야 해요.˝

266쪽
˝힘차고 즐겁게 살고 싶단 말이야......˝
이시카와도 개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살아가는 원동력은 욕망인가 봅니다.......˝

277쪽
자, 방이 넓어지면 인간은 무엇을 하는가......봤더니 물건을 사 모으게 되더라는 것이다. 

283쪽
화제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때는 정말......˝로 시작되는 옛날이야기, ˝그러고 보니 그 자식 결혼했다는 말 들었냐?˝ 하면서 늘어놓는 소문들, 그리고 직장에 대한 불만이다. 

284쪽
그들의 양복 차림이 아침 해에 눈부시다. 

285쪽
나는 친구들과 모래밭에서 신나게 놀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해는 지고 공원에 남아 있는 건 나 혼자라는 것을 알고는 막막해진 꼬마이다.  그들이 노노무라와 나를 보고 부러워하는 것은, 공원의 모래밭과 거기서 언제까지고 아무 생각 없이 노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것과 심정적으로 다를 바 없다. 

293쪽
나도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입사한 지 열흘 만의 일이었다. 그것은 어른의 세계를 잠시 훔쳐본, 수학여행 같은 경험이었다. 그저 이태리제 양복만이 그 잔상처럼 벽에 걸려 있다. 

298쪽
아예 생계가 불가능하면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텐데, 어설프게 밥은 떠먹고 사니까 생활 개혁에 대한 의지가 불붙지 않는 것이다.

310쪽
내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었떤 것은 이 노노무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노무라의 품속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한, 나느 계속 이물질을 거부하며 일생을 노노콤 남자로 종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나의 노노무라 인생에서 처음으로 켜진 빨간 불이었다.  

348쪽
˝나, 와세다를 나오겠어.˝
˝응?˝
 내가 얼마나 와세다에 집착해왔는지 잘 아는 그 사람은 약간 놀란 듯했다. 
 ˝노노무라를 나온다고. 그리고 이 동네로 이사할게. 그럼 우리 매일 만날 수 있어.˝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 순간, 나의 길고 긴 노노무라 생활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353쪽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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