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인문 교양서를 읽다보면 번역가로서 남경태 선생님의 이름을 한번쯤을 들어봤을 것이다. 내 서재에 있는 책으로 남경태 선생의 번역본으로 '30년 전쟁'이나 '비진티움 연대기' 등이 있는데, 깔끔한 번역으로 추천한 만한 책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번역된 책만으로 남경태 선생의 역사관들을 엿보기는 어렵다. 물론 번역된 책(본인이 번역할 책을 고르는건지, 출판사의 요청으로 고르는건진 잘모르겠지만......)으로 번역가의 성향등을 엿볼수는 있지만, 번역가는 아무래도 저자의 생각에 매몰되기가 쉬운법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종횡무진 한국사는 남경태 선생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역사를 서술한 것으로, 번역가에서 탈피하여 본인의 역사관을 엿볼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2. 책 내용
저자는 한국사를 다루면서, 건국신화로부터 그 나라의 형성과정을 차분히 짚어 나간다. 역사학계의 태도처럼, 저자는 건국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그 이면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단군신화에서 나온 우사, 운사, 풍백을 농경에 필요한 요소로 보고 농경문화로 보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신화만을 보는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 다른 나라와의 역사까지 종합하여 판단하고자 한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시기 우리나라가 농경에 적합한 환경이 아닌것으로 보아, 중국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하는 것이다.
저자의 삼국시대에 대한 평을 보면,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것 같다. 아니 전체적으로 저자는 역사에서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있다. 위만조선의 멸망으로 적어도 한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우리 문화를 발전시킬 기회로 여기는것 같다. 또한 삼국의 초기 어려움이 삼국의 체력을 강화시키는 기회로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재밌는 것은 저자는 고구려 장수왕때를 사실상 삼국 통일로 본다는 것이다. 즉 장수왕 시절 백제와 신라가 고구려를 상국으로 모신점을 들어, 사실상으로는 삼국통일을 이룬것 아니냐는 관점이다.
저자는 백제보다는 고구려의 멸망을 더 상세히 다루는데, 고구려의 멸망을 일관되지 않는 정책과 집권층의 판단 미스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즉 고구려가 남진과 북진 정책을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연개소문이 당대의 국제 정세와 국내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무리한 정책을 펴서, 고구려의 멸망에 일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에 비해 신라는 (고구려보다 국제 정세를 잘 살폈다고 보는거 같진 않다.) 시운을 타고 당의 도움을 받아 삼국의 통일이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저자는 신라의 통일이 불완전한 통일이었고, 이는 국가의 모순으로 이어져 결국 사회의 붕괴로 고려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고려에 관해서 저자는 보수와 진보의 다툼 등 내부 체제의 다툼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또한 고려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 역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3. 책에 대한 평가
저자는 결국 내부체제의 불안, 국제정세 파악 미숙함이 국가의 멸망을 초래하였다고 보는것 같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국사의 중요 장면들과 흐름을 설득력 있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저자는 비약을 하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즉 명확한 증거를 내밀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가 보인다. 또한 과거의 일을 현대적인 본인의 관점에서 파악하다 보니, 약간의 무리가 있는 해석도 엿보인다. 그리고 저자는 '역사는 현재를 비치는 거울이다.'라는 말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과연 현재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과거의 일을 가지고, 현재를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독서삼품과를 수능이나 고시에 매진하는 현재의 모습으로 서술하는건 약간 무리가 있는 해석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서술하려 노력하였다. 자신의 주관적인 평가는 종종 보이지만, 이는 저자의 역사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즉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는 것을 말이다. 저자가 내부정세와 국제사회에 대한 안목을 기준으로 국가를 평가하는건, 그만큼 현재에 그러한 태도가 필요해서가 아닐까? 또한 높게 평가할수 있는 것은 국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한 것이다. 대륙백제나,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에 대해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볼때 약간의 저자의 편견이 존재할지라도, 한국사를 훑어보고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