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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비기님의 서재

시굴 작업이 있는 목요일, 차를 운전해 궁으로 갔다. 정확히 일년 전, 복잡한 마음으로 안국역에서 걸어나와 창경궁으로 향했던 게 생각났다. 지금은 달랐다. 가는 목적은 일하는 사람에 꼭 맞게 단순했고 감정의 결도 단정했다. 나는 간결한 내 마음이 마음에 들었다.- P322
리사의 중얼거림에서 오래전 말투가 묻어났다. 혼잣말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타인을 향한 불만의 말, 주변에 긴장을 일으키는 얼음 같은 어조였다.- P334
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그런 극단의 마음과 싸우다보면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도 할 수 없었다. 길을 못 찾거나 버스 번호를 잊어버리거나, 걸어다니거나물건을 사는 평범한 동작에도 서툴러졌다. 그게 상처로부스러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트라우마는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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