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오지 탐험가 가쿠하타 유스케 씨가 태양이 뜨지 않는 극야의 북극을 개 한 마리와 80일 동안 여행한 기록을 실었다.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 시오라팔루크를 출발하여 메이한 빙하를 오르고 그린란드와 툰드라 지대를 거쳐 북극해로 가는 긴 여정이다.
"의미화 이전의 세계,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사물은 이름과 의미를 상실한다."
극야에 무지했던 내게 '극야행'은 그저 신비로운 여정 같았다. 세속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와 암흑에 집중하는 시간, 지독하도록 고요한 명상의 세계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가쿠하타 씨의 '극야행'에서 하루에도 수어번 목숨이 걸린 험난한 기로였다. 텐트로 밀어넘치는 눈보라와 영하 30도를 웃도는 혹한을 견디며 극야로 나아가는 가쿠하타 씨와 썰매견 우야미릭크의 탐험은 그야말로 '오싹오싹'하다.
그럼에도 놀라운 사실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피식피식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 했던 것이었다. 무슨 시트콤 주인공처럼, 육분의 탐험가란 타이틀로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육분의를 망실하고 인분을 먹겠다고 엉덩이를 핥는 우야미릭크와의 씨름하다가 개무시를 당하는 사건들을 재미있게 표현하셨다. 사투할 수 없는 자연의 무진한 힘에 꿇리면서도 가쿠하타 씨는 공포와 좌절마저 재치있는 입당으로 흥미롭게 풀어내셨다.
그렇다고 가쿠하타 씨가 80일만 이 여정을 다 했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이다. 지난 4년간 치밀하게 정찰하며 카약을 타고 바다코끼리에게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겨가면서까지 3개월치 물자를 저장소에 남겨두었다. 그런데 그 수고마저 백곰에게 털리고 한치앞도 예측하기 힘든 '극야행'의 첫걸음은 그야말로 '극야'와 어울리는 전주곡이 된 셈이다. 최북 지점에서 극야를 가르는 첫 태양보다 우야미릭크의 아사 직전 개사료가 더욱 감격스러웠던 순간, 나도 가쿠하타 씨처럼 '우우우우옷!'하며 탄성을 질렀다. 극야의 체화가 기억에서 멀어지고 허술한 단어로 남는 것에 아쉬워하셨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괴로운 여정이었지만 재미있게 읽혔고 응원하는 시간마저 즐거웠다.
고생하셨어요! 가쿠하타 씨, 우야미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