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운 여름에 독한 감기에 걸렸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와서 씻자마자 바로 잠이 들어버렸고, 비가 많이 내린 주말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난 책 제목처럼 졸리지만, 잠들기 싫어졌다.
우리 평생 여행하며 살자는 저자의 말은 약에 취해 잘까 말까 고민하던 나의 시선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사랑, 이별, 그리움, 추억, 그리고 여행이 담겨있다.
서툰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다른 사람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작가와 내가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내겐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그러했다.
난 차라리 이 책이 여행만 쓴 책이기를 바랐다.
이별 이야기는 너무 슬프니까.
한참동안 그녀를 생각했다. 지금 그녀는 행복할까.
그러다가 또 문득, 프랑스 여행 중에 헤어진 그에게서 전화를 받은 그녀의 우는 장면이 떠올랐다. 서글펐다. 아니, 차라리 펑펑 운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야?
프랑스
우리는 두 번을 헤어지고 세 번을 만났어. 세 번을 헤어지고도 네 번을 만났어. 네 번을 헤어졌는데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연락을 기다리는 나한테 화가 났어. 그런데 계속 그렇게 해줘. 우리가 다섯 번째 헤어지는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너의 무관심일 수 있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닥치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할까.
난 처음 혼자 여행 할 때, 내가 가고 싶던 곳에 못 가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편이었으나.... 언젠가부터 뭔가 상황이 맞지 않아서 못 가게 되면 금방 포기하게 되었다. 아니 포기라는 표현 말고 뭐가 더 어울릴까?
어쨌든 나만의 여행 방식이 생긴거 같다.
<졸린데 자긴 싫고> 책을 읽으며 내가 혼자 떠났던 첫 여행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읽다가 나의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참 좋다.
몸 주변으로 좋은 공기도 느껴지고, 참 행복해진다.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행에서 알게 된 것은 커다란 것도 아니고, 화려한 것도 아니며 돈과 시간을 쓴 만큼 사실 대단하지도 않아요.
_그냥 나를 기억하고 오는 것
여행을 떠나면 난 늘 수첩을 들고 다닌다. 특히 혼자 여행에서는 카페에 앉아 생각이나 재미난 발견을 적기도 하는데, 느릿느릿 참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재주가 있었다면 그림을 그리면 좋을텐데...
그건 참 아쉽다.
책을 읽고 나니까 여름밤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처럼 기분이 아주 습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