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운명 앞에서 사랑도 복수도 선택하지 못하는 가련한 여인의 죽음은 화관을 쓰고 물에 빠진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 p243
수많은 그림을 봤지만, 이 그림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은 몇 점 못 본 것 같다. 밀레이(1826년 ~ 1896년)의〈오필리아〉라는 그림(1851년)이다.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햄릿》에 등장하는 햄릿의 연인이다. 그녀는 햄릿에 대한 미움과 사랑으로 인해,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녀가 강가에 눈을 뜨고, 물 위에 누워있는 장면은 왠지 오싹하면서도 처량한 느낌을 준다. 특히 그녀의 눈빛은 마치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이 살아있다. 그림으로 사람의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그림을 그린 밀레이 화가는 “문학적 내용을 사실적인 묘사와 상징적 의미로 담아내면서도, 식물학적 지식에 근거한 실제에 가까운 묘사로 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르네상스의 그림들처럼 분명한 윤곽선이 드러나는 사실적인 묘사를 했다. 이를 라파엘 전파 양식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동네에 미술관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집에도 변변한 그림조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미술 작품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은 인류의 문화, 역사와 함께 했다. 동굴의 벽화부터 시작해서, 수없이 많은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했다. 즉, 미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미술을 감상하고, 그것을 느끼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면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착한 미술사’라는 제목답게 미술의 역사를 쉽게 설명해준다. 많은 작품 사진들을 수록해서, 시각적으로도 같이 느낄 수 있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화의 시대 속 인간의 삶, 금욕의 시대 속 본성 찾기, 황금으로 탄생한 예술, 고유의 목소리로 말하는 이야기, 계몽의 빛 아래 그늘진 삶, 현대적 전환의 이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초석이 그것이다.
시대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부터 시작해서, 중세, 르네상스, 절대왕정, 혁명, 신세계, 세계대전과 같이 굵직한 세계사의 흐름과 같이 한다.
이 책의 시작은 기원전 450년경의〈엘긴 마블〉이라는 작품에서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입체감과 동세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아쉽게도 ‘머리’ 부분이 남아있지 않지만,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역시 신화 속의 신과 영웅들의 모습을 표현한다.
반면 ‘신’이 중심이 되는 중세로 오면서,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은 점차 작품세계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근대의 미술사학자들은 중세를 ‘암흑의 시기’로 정의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잊혀지고, 다시 르네상스가 도래할 때까지 ‘빛’을 잃었다고 본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배제해야 하는 만큼, 로마시기에 표현되었던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조각과 회화의 맥은 모두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중략) 개인의 개성이 드러났던 초상화는 단순하고 도식화된 성상화로 변했다.” - p56
물론 화려한 성당과 예술 작품을 통해서 기독교 예술이 빛나던 시기다. 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 영역이 종교적 활동의 연장이었다.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종교적 교리의 내용을 바르게 담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래도 ‘기사문학’이 사람들의 각광을 받았다. 용맹한 기사가 공주를 ‘용’으로부터 구출한다는 스토리다. 그 이야기의 시발점은 성 조지라는 성인으로, 성직자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사의 이야기는 좀 더 로맨틱해지고,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국의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 마법사 멀린과 신비한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기사문학은 초기에는 구전으로 전파되었지만, 13세기부터는 글로도 쓰였고 15세기 이후에는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읽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p67
반면 르네상스 시대는 어떠한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년 ~ 1519년), 미켈란젤로(1475년 ~ 1564년), 라파엘로(1483년 ~ 1520녀) 등.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그야말로 천재들의 각축전이다.
신 중심에서 다시 인간이 중심이 된 시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의 각 공화국에서 부유한 상인들이 예술작품에 투자를 함으로써,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피렌체의 메디치가문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1300년대 초반부터 흑사병이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내세’를 위해서 투자를 했다. 부자들은 수도사들이 묻히는 수도원에 묻히고 싶어 했다. 1244년, 교황청에서도 이를 허용해 주었는데, 결국 부자들이 천국행 열쇠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 기부한 것이 예술을 더 발전시켰다.
“더불어 개인 예배당이 늘어나면서, 예배당의 벽화나 제단화 등 예배용품에 대한 제작도 늘어났다.” - p123
이외에도 절대왕정의 미술, 혁명을 위한 미술, 신세계를 향한 미술 등 다양한 시대의 작품과 작가들에 대해서 저자는 논한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현실이 예술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대는 과연 어떤 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과거 인류의 역사 중에서 그 어느 때보다 ‘동적인 것’에 익숙하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끼고 살고 있다.
하지만 ‘정적인’ 그림을 한 번 바라보면 어떨까? 그림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 나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내가 그리워하는 누군가, 나보다 더 뛰어난 무언가도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다뤘지만, 동양미술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바라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서양미술사를 이해하고, 예술을 즐긴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부유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한 줄 요약 : 서양 미술사를 다양한 작품, 작가와 함께 최대한 쉽게 잘 설명해 준다.
- 생각과 실행 : 정치, 사회, 역사와 예술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예술 작품도 결국 그 시대를 사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시대의 시대적 배경도 같이 생각해보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번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