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미술관은 아주 지루하고 피곤한 곳이었다. 몰려다니는 사람들과 설명을 읽지 않으면 당최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림들과 갑갑한 공기. 가이드라인 따라 모두가 줄줄이 기차처럼 움직이고 몰려오는 사람들을 피해 덩달아 움직이다 보면 금세 피로해진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그림의 힘》(김선현 저, 에이트 포인트), 전시회나 미술관에서 보는 진짜 그림은 아니지만 그림이 주는 힘을 독자가 제대로 또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은 그 노력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짜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종이도 질감 좋은 두꺼운 종이를 사용했다. 실제 색감과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인쇄 색감 표현에도 신경 썼다. 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유화컴퍼니의 프린트디렉션(데이터 및 인쇄관리) 과정을 거쳐 리뉴얼 된 이미지를 삽입하는 등 숨은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일(Work) – 사람 관계(Relationship) – 부와 재물(Money) – 시간 관리(Time) – 나 자신(My self) 순으로 우리 일상에 빠질 수 없는 문제들, 그야말로 삶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상 속 지친 하루를 또는 무기력해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책이다. 총 330페이지로 미술 치료에서 효과가 있었던 작품들로만 엄선된 책이다. 그만큼 많은 작품이 실려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그림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책의 일러두기에 나오는 말이다. ‘그림을 순서대로 감상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훑어보다가 마음에 가장 와 닿는 그림을 잠시 동안 감상해보십시오. 어떤 그림을 고르느냐에 따라 나의 현재 심리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릴 적 보던 심리테스트 책 같지 않은가? 질문을 던지고 책을 펼치면 답이 나오는 문방구 책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 이 책의 두 번째 매력은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이란 점이다. 사실 나는 책이랑 가까운 사람이 아닌데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바로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두껍고 무거운 책을 내가 사다니. 물론 그림이 반 이상이지만, 나처럼 글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쉼과 위안을 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요즘에는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되었지만, 굳이 미술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내 방안에서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편리한 것 같다.
우선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내가 본 책은 리커버 에디션이다. 표지부터 작품이다. 정원의 여인(1867, 모네). 모네가 영국의 휴양도시에서 그린 별장 정원이다. 아름다운 여인이 평화로운 정원에 서 있는 이 그림은 자연의 색들로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작가는 책을 펼쳐보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표지에도 작품을 넣었다. 그리고 보통 제목이 있는 앞표지에는 제목이 없고 책등에 제목이 있으며 뒤표지에 그림의 설명이 쓰여있다. 아주 약간의 배려가 엿보여 기분 좋아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이 책을 훑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처음부터 정독해도 좋다. 하지만 보다가 지루해진다면 주저 말고 훑어보라. 딱,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감상하고 글을 읽어보자. 그림의 설명도 있지만 그에 맞는 공감되는 나의 일상이 적혀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