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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맘님의 서재
  • 낯선 여인의 키스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 19,800원 (10%1,100)
  • 2024-06-24
  • : 3,527
《낯선 여인의 키스》 (안톤 체호프 지음, 승주연 옮김, 녹색광선, 2024)

이번에 녹색광선에서 펴낸 이 체호프 단편집엔 총 8편이 실려 있는데,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귀여운 여인>, <6호실> 이렇게 3편만 읽어봤고 나머지 5편은 처음 보는 작품이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집을 2종 읽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작품이 더 많다는 건 그만큼 그가 단편을 많이 썼기 때문. (200여편이라니 거의 화수분)

내가 생각하기에 체호프 단편을 읽는 묘미는 독자를 향해 ‘그래서 어쩌라고’의 느낌을 매우 세련되게 던진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흔히 ‘열린 결말’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사실 말이 쉽지 제대로 구현하기가 닫힌 결말보다 어렵다.
체호프처럼 캐릭터와 심리를 쥐락펴락 묘사하는 고수가 아니고, 겉멋에 취한 작가가 어설프게 싸지르는 열린 결말은 곧장 무책임이라는 비난에 부딪히며 독자의 공분을 부른다.
사실 우리의 삶이란 대개가 ‘그래서 어쩌라고’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는데, 짧은 소설이라는 형식에 이걸 담아내려면 시적 재능만큼이나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또한 내가 체호프에 호감을 갖는 이유는 여자를 잘 알고 잘 그린다는 것.
120년 전에 죽은 남자인데 지금 봐도 여자의 내면 묘사를 좀 얄미울 정도로 잘한다는 말이야.
게다가 특유의 감각적인 심리 묘사.
애정이 식으면 ‘속옷에 달린 레이스조차 물고기 비늘처럼 보였다’니 너무 공감이 되지 않는가. ㅎㅎ
막심 고리키가 체호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작품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라고 했다는데, 고리키가 무슨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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