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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맘님의 서재
  • 마틴 에덴 1
  • 잭 런던
  • 19,800원 (10%1,100)
  • 2022-09-05
  • : 2,526
줄거리와 결말을 다 알고 읽는데도 정신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소설이 있다.
대학 때 《마틴 에덴》을 처음 읽고는 작가인 잭 런던에게 흥미가 생겨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었지만 이 작품만큼 나를 매료시키지는 못했다.
가난해서 초등 교육도 다 마치지 못한 노동 계급 청년 마틴이 부르주아 집안의 대학생 아가씨 루스에게 한 눈에 반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노오오력한다는 모티브, 그리고 그 청년이 타고난 영민함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피나는 수련을 통해 역경을 딛고 마침내 유명한 작가가 된다는 스토리는 얼마나 통속적인가.
그렇지만 이러한 통속성도 잭 런던 같은 작가에 의해 주물러지면 사랑의 본체와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걸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은 다분히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읽는 내내 한 사람의 경험이 빛나는 통찰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마틴이 루스를 사랑한 건 아침드라마적 신분상승 욕망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자신의 관념 속 아름다움 그 자체로 루스를 사랑했다. (추앙)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루스와 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붕괴)

루스 역시 분명히 마틴을 사랑했다.
하지만 루스에게는 마틴을 향한 사랑보다 ‘오밀조밀한’ 부르주아의 도덕과 좁디좁고 얇디얇은 부르주아의 상식이 더 견고하고 강력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루스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은 마틴을 사랑한 것이다.
계급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말이 있지만 계급은 사랑만큼이나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녹색광선에서 나온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대학 때는 다 공감하기는 어려웠던 마틴의 마음도, 루스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연민도 안타까움도 없이 그냥 그 자체로 이해가 되었다.
다른 세계에서 다른 영혼으로 태어난 둘은 그냥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엔 소설가 오수연의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번역도 한몫했다.

아......정신의 고양과 세속적 성공이 함께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랬다면 마틴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왜 좋은 것은 함께 오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슬프고 지독한 삶의 아이러니다.

#마틴에덴 #잭런던 #녹색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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