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시간으로 그린다. 물이 적당히 말랐을 때 다음 색을 칠해야 하는 경우와 다말랐을 때 다음 색을 칠해야 하는 경우의 사이 어디쯤을 콕집어 채색하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시간을 잘 관리하는 그림이 멋진 그림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채화는 기다림의 그림이다. 칠해진 색이 덕지덕지 어둡고 지저분하면이건 십중팔구 시간 관리가 안 된 그림이다. 빨랐거나 느렸거나 둘 중 하나. 이걸 만회하려고 붓질하다 망쳐버린 내 그림을보는게 괴로웠던 순간은 손에 꼽을 수도 없었으니까.
물의 마름 정도는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아니다. 스스로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그날의 온도나 습도,
날씨가 나에게만 특별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사는 건 라면 끓일 때 물 맞추는 일이라고 누군가 쓴 글을 읽었다. 결국 경험이라고 결론 내린다. 수채화도, 인생도, 라면도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품에 뒀다가 이내 일을 그르쳤던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세상 모든 문제는 타이밍이 어긋나서 일어나는 경우가 참 많다. ‘기다림‘은 인생을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필수 자세‘라고생각했다.-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