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해솔님의 서재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말끄러미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모모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문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끔, 그- P23
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모모에게 말을 하다 보면 수줍음이 많은 사람도 어느덧 거침없이 대담한 사람이 되었다. 불행한사람, 억눌린 사람은 마음이 밝아지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내인생은 실패했고 아무 의미도 없다, 나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마치 망가진 냄비처럼 언제라도 다른 사람으로 대치될 수있는 그저 그런 수백만의 평범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모를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 그 사람은 말을 하는 중에 벌써 어느새 자기가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모모는 그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P24
사람들은 도로 청소부 베포가 머리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베포는 누가 무엇을 물어보면 빙그레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베포는 곰곰이 생각했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 시간은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대답을 했다. 그동안당연히 자기가 뭘 물어보았는지 잊어버린 상대방은 베포의 뒤늦은 대답에 어리둥절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모는 달랐다. 모모는 베포가 대답할 때까지 오랫동안기다릴 수 있었고, 또 그의 말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모모는 베포가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베포는, 모든 불행은 의도적인, 혹은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거짓말, 그러니까 단지 급하게 서두르거나철저하지 못해서 저지르게 되는 수많은 거짓말에서 생겨난다고믿고 있었다.- P52
이를테면 베포는 이렇게 얘기했다.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고는 한참 동안 묵묵히 앞만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러고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말을 멈추고 한참 동안 생각을 한 다음 이렇게덧붙였다.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오랫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P54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