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anne1978 2026/06/0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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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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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90
#박경리 #김약국의딸들 #다산책방 #도서협찬
‘조선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 작품 속에서 통영은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곳은 자연의 평온함과 인간 삶의 고통과 갈등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그 풍경 속의 인물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섬세하게 대비시켜 겉으로 드러난 세계의 모습과 내면의 실상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깊이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김봉제와 김봉룡 형제의 집터를 묘사해 놓은 부분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을 두 형제이지만, 그 둘의 성격과 삶의 방식 그리고 인생 전체의 궤적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 인물들의 선택, 그 결과로 이어지는 비극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보며 공간과 인물들이 긴밀하게 엮어있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을 마주하지 않고도 분위기와 풍경만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저자의 필력이 놀라웠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인간의 고통과 비극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박경리, 박경리 하는구나!’ 싶었다. 한국문학의 거장이라는 칭송은 가히 틀리지 않았다.
나의 첫 개인 저서가 세상에 나왔을 때 큰삼촌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축하한다. 우리 집안에 박경리 같은 작가가 나올지 누가 아냐! 책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영광이지. 열심히 하거라.” 이 책을 읽으며 그제야 알게 되었다. 큰삼촌께서 내게 얼마나 큰 칭찬을 하셨는지 말이다. 작가의 시선으로 이 책 한 권을 정말 아껴 가면서 읽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은 자괴감이 아니라 이참에 <토지>를 비롯한 그녀의 모든 작품을 독파해 보아야겠다는 뜨거운 열정으로 다가왔다.
이 소설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김약국 집안의 마지막 남은 혈육 성수와 한실댁 사이에서 태어난 다섯 명의 딸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김봉제와 김봉룡처럼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라도 성격이나 성품이 다르고, 각자의 길 역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다섯 딸들을 통해 당시의 여성이 결혼과 시집살이로 운명이 결정되며 한실댁이 딸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시대를 넘어 공감하게 되는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김약국 가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 가족 내의 얽히고설킨 갈등과 여성들의 삶의 억압과 저항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삶은 관습 아래 억눌려 있었고,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제한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그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가고 성처를 안고 묵묵히 살아간다. 저자가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인간의 삶과 운명의 관계를 얼마나 깊고 무거운 고민을 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인물 한 사람 한 사람들의 감정이 살아있기에 마치 그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는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을 완벽하게 보여주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죽음을 통해 시대의 잔혹함을 드러내며 인물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우리가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했다. 가족사의 비극이 세대를 넘어 딸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 되는 듯해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용빈이라는 인물에게 끌렸는데, 그녀는 전형적인 가부장의 성격을 띄고 있는 아버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분명히 밝힐 줄 아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부모가 혼처를 정해주고 아버지의 말이 법이라 생각하며 살던 시대였다. 그런 아버지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직접적으로 반발하지 않는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인물이다. 그녀의 삶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읽는 내내 궁금했던 유일한 사람이라 하겠다. 비극적인 가족사를 통해 남성과 여성, 세대와 세대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일이 어려웠던 시절, 그로 인한 비극을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가족의 비극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삶을 긍정하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인지 새삼 느꼈다.
사람은 살아있음의 진정한 의미를 물을 줄 알아야 하며, 남이 정해준 틀에 갇혀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살더라도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한다.
“지나간 일 말하믄 뭐하겠노. 다 팔잔 걸. 할 수 있나. 그래도 살아야제. 죽으나 사나.”
다산스토리 @dasan_story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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