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anne1978 2026/03/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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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알고 지낸 숙녀에게
- 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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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6-02-27
: 30
#오래알고지낸숙녀에게 #박수아 #마음세상 #도서협찬
<오래 알고 지낸 숙녀에게>를 읽고 필사하며 ‘고양이를 북탁해’편에 이르러서야 책표지에 그려진 고양이의 모습이 저자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삼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색 털을 가진 코리안 숏헤어’라고 글로 옮겨 놓았던 삼보의 생김새와 많이 닮아 있다. 힌색 바탕에 갈색과 검은색 무늬가 섞여 있고. 저자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창가의 실루엣까지 주인공 삼보와 겹쳐진다. 표지 속 고양이 역시 창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삼보가 확실해 보인다. 표지 그림 역시 저자가 직접 그렸다고 했으니.
‘삼보는 삼색 털을 가진 코리안 숏헤어였다. 우리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만큼 깊이 교감했다. 동물과 소통하며 감정을 나눈다는 것, 그것은 내가 처음 맛본 지극히 순수한 행복이었다. 기분이 좋을 때 내는 갸르릉 소리와 촉촉한 핑크코, 젤리 같은 발바닥...나를 기다리며 서 있던 그 창가의 실루엣.’p96
저자에게 가장 깊은 울림과 사랑 그리고 상처를 동시에 남긴 존재, 삼보였다. 저자 내면의 숙녀를 깨운 상징적인 존재로 보인다. 현실에서는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을 안겨준 존재이지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삼보에게 가장 평온한 시간을 선물하고 있는 듯했다. 저자에게 삼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단순 반려동물이 아니었다. 지극히 순수한 행복의 실체이자,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 무참히 짓밟힌 보호받지 못한 존재이다. 엄마에게 버려지고 차가운 길에서 생을 마감했을 삼보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여기까지 보면 비극이지만, 상실 이후 저자의 선택은 참으로 눈물겹다. 다시 겪게 될 상실의 공포를 딛고 ‘동식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한다. 그렇게 저자는 상처받은 내면의 숙녀를 일으켜 세운다. 이번에 너무 몰입하게 되는 사랑이 아니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는 관계를 삶이 선물했나. 사랑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서로의 삶 속에 들이는 일이다.
숙녀' 라는 단어는 내 오랜 기억을 깨운다. 그 시절 나는 변진섭의 '숙녀에게'를 들으며 스무 살의 정숙한 숙녀를 꿈꿨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귀한 존재에 편입하고 싶어서 조급증이 났던 시절, 동경의 대상이 숙녀였다. 그런 나를 잊고 살았는데 이 책 한 권이 내 안의 숙녀를 다시 깨웠다. 중년이라는 생애주기에 이르러 일상의 무료함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저자는 숙녀의 의미를 깊은 통찰로 파고 들었다.
서른을 지나 마흔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꿈 많던 천진한 소녀도 정숙한 숙녀는 없다. 노래처럼 중년의 시간은 감미롭지 않았고 다양한 역할을 해내느라 나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고양이 삼보를 잃었던 저자의 아픔처럼 살면서 나도 그렇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갔다. 숙녀에 대한 환상 대신 남은 것은 삶의 파편들이 남긴 생활의 굳은 살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타인이 나를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주는 것, 오십 줄에 깨달은 진짜 숙녀의 모습일 것이다. 스무 살을 꿈꾸던 소녀는 이미 내 안에 잘 자라 있었다. 비록 내가 꿈꾸던 정숙한 숙녀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귀찮은 생일을 다시 챙기며 스스로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 숙녀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중년의 성숙한 품격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젊은 날의 사랑이 집착에 가까웠다면 중년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할 용기를 배워가고 있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가장 늦게 친해진 나에게 보내는 편지같은 이 책은 읽을수록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이 많았다. 내 안에도 여전히 숙녀는 잠들어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숙녀를 깨워 지금껏 참 애썼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나라는 숙녀에게 ‘잘 부탁한다’고 손을 먼저 내밀 것이다.
마음세상 출판사 @maumsesang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필사하고 서평합니다.
서평으로 받은 책을 ‘DREAM WITH 필사 독서 모임’에서 문장 필사하며 서평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oliviahj1220 로 오셔서 뜨거운 응원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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