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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1978님의 서재
  • 검은 기적
  • 정현우
  • 11,700원 (10%650)
  • 2025-12-30
  • : 15,125
#검은기적 #정현우 #아시아 #서평 #도서협찬 #부재 #책추천 #책스타그램 #글스타그램

모르겠다. 내가 이 시를 이해했다고 하기에, 이 함축된 언어들의 감정을 온전히 느꼈다하기엔 시 한 편 한 편이 어두웠고 아렸다. 마지막 장에 이르까지 나는 정현우 작가님의 시를 다 알지 못했다. 분명히 나는 모르겠는데... 무거움과 침묵이 남은 자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다.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명치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 입술 끝이 얼얼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숨을 죽이며 겨우 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이 시를 읽고 울고 있는지, 왜 가슴이 무너질 듯 아프고 먹먹하기만 하지 그저 다시 평온이 찾아오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언어들은 이렇게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나를 통과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부재는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의 기억들로 다시 죽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이비누, 오이, 가지, 석류... 등은 살아생전의 체온을 느끼게 하고 향기를 더듬게 한다.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실은 남겨진 잔상들로 다시 슬픔을 회복한다. 이 과정이 오히려 나는 더 슬펐다. 살아서 숨을 쉬고, 살아있기에 부재 속에서도 잠을 자고 먹는다. 이 사실만으로도 밀려드는 죄책감은 시로 승화된다.

‘기쁨은 언제나 무너짐의 예고였으니 빛은 늘 너무 짧게 머물다 가버립니다. 당신의 품에서 조금씩 키가 줄어들고 있었지요.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곧 물에 스며 사라질 것이나, 숲속에서 어둠은 낮은 풀잎에만 머물 것이나, 실 유리들이 갈라지는 것 같은 것들을 모두 슬프지 않다고 할 수 있을지요’ p14

저자의 슬픔이 나에게로 침투하는 순간이었다. 붕괴된 기쁨 뒤에서 빛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생이 서서히 닳아 없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고통 속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나를 자각하는 순간 그 자체가 하나의 슬픔이 되고야 만다. 슬프지 않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생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수많은 편편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춰버린 생의 잔해들은 더는 이어지지 않고 서서히 정리될 것이다. 생과 사는 한 몸이라 그 경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겁기만 하다. 저자는 생과 사 그 경계 어디쯤에서 한 생의 빛이 머물다 간 자리를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있는 몸으로 죽은 이들을 기억합니다.
신은 개의 눈빛만큼 모호하고,
눈의 기억은 선언하니,
고요의 저 편에 있고 대상 없는 대화를 나는 흔들리며 말 할 수 있어요.
마치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신에게 말을 걸 듯이’p126




<검은 기적을 읽고...>

기적은 빛과 같다
그러나
그 색은 한없이 깊어서
검디검다

삶을 통과한 슬픔은
더는 슬프지 않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현실과 마주하며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애도 그 자체였다

존재의 부재는
검은 활자 위에서
다시 기억된다.

활자 위에 남은 검은 빛은 이전과 다른 빛으로 온다. 정현우 작가의 시는 말이 되기보다 오히려 침묵에 가깝다. <검은 기적>이 내게 남긴 건, 상실 후 이전보다 더 깊어진 검은 빛을 통과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이 시집에서 시는 침묵이 들려주는 묵직한 언어였다.

모도 @knitting79books 님의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정현우 시인 @fhzjffltmxm 님으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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