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주 미술 여행
anne1978 2025/12/26 18:57
anne1978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세계 일주 미술 여행
- 오그림
- 19,800원 (10%↓
1,100) - 2025-12-07
: 1,200
#세계일주미술여행 #오그림지음 #크레타출판사 #CRETA #미술관 #예술 #예술이야기 #도서협찬 #서평 #신간소개 #책리뷰 #책스타그램
나는 미술이나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사람도 아니고, 작품 이름이나 화가의 이름과 생애를 줄줄 외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하기에 이 책을 서평하고자 했을 때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었다. 혹여 내 서평이 이 책에 누가 될까 봐. 이런 마음은 읽는 내내 내 생각의 끝을 붙잡고 있었다. 아마도 내 무의식에는 예술은 어렵고, 그 해석을 더더욱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리라.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고 있는 것은 맞는 걸까?’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 미술 여행의 깊이에 가 닿긴 한 걸까?’
읽고 있지만, 영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끝 무렵에 다다랐을 때 깨달았다. 이 책은 예술가를 위한 책이 아니구나. 미술에 깊은 통찰이 없어도 미술이라는 낯선 세계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과 함께 평소에 볼 수 없던 작품들과 미술관들을 저자의 눈길과 발길 따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새 나도 빠져들어 이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세계 일주 미술 여행>는 총 6개국, 7개의 도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와 룩소스에서 시작해 피렌체, 파리, 도쿄, 빈, 뉴욕까지 공간을 이동하는데 이것은 의미 없이 건너가는 이동이 아니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또 다른 세상과 시대로 연결해 주는 마법통로’라고 밝혔듯이 이 책 한 권을 읽고 덮었을 때 작품을 바라보는 나름의 확장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카이로와 룩소르 편에서는 투탕카멘의 피라미드의 발견과 황금마스크 투탕카멘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죽어서 더는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을 살아가는 나 역시 문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내 흔적을 누군가는 기억해주길 바라며 글을 쓰듯 당대의 사람들이 영원히 붙잡고 싶었던 것은 권력과 부 이전에 한때 존재했던 나에 대한 영원한 기억었을까.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는 사후세계로 가기 위한 화려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 세상에 남았으면 하는 간절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피렌체편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바뀐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그림 <비너스의 탄생>과 <성 섬위일체> <베일을 쓴 여인>은 서로 다른 주제이긴 하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느낄수 있었던 작품이다. 인간의 몸과 감정을 담아내기 시작한 르네상스의 예술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피렌체에서 피어난 예술 그 뒤에는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시 위대한 예술은 혼자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편에 이르렀을 때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하나의 얼굴로 정리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더 기대되었다. 역시나 베르사유 궁전은 화려함과 함께 권력의 힘을 잔뜩 품고 있었다. 거대했고, 압도적이었다. <마담 퐁파두르>는 아름답고 우아했으며, <그네>라는 작품은 가벼우면서 유희적이었다. 화가의 그림을 통해 나타난 한 시대적 흐름은 권력가 미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시대가 흘러도 ‘아름다움은 곧 힘이다’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지베르니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네의 사진은 인상적이었다. 모네의 그림만 볼 때와 사뭇다른 느낌이었다. 위대한 화가의 모습이라기 보다 매일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림을 그리고자 붓을 들었을 노동자의 모습이 지나갔다. 거장은 화려한 장소에서 태어나지 않나보다. 모네의 작업실은 소박했으며, 고흐의 방은 비좁고 고요했다.
도쿄에는 서양미술관이 있었다. 로댕,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익숙한 이름들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에 낯설지만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 간다면 이곳을 먼저 들러보고 싶을만큼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빈편에서 만난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 <사계절 연작>에서는 인간의 삶과 모습이 계절의 변화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클림튼의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은 화려함 속에서도 단단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작품들을 일일이 서평으로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저자 또한 이 책 한 권에 다 담아낼 수 없었던 그 마음 또한 느껴지는 듯했다. ‘예술작품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구나’를 느꼈다. 카이로에서 시작해 벌써 도쿄 그리고 빈과 뉴욕까지 오다니 뭔가 가슴 벅차다. 이 책은 지루하지도 어렵지도 않게 작품의 세계를 시대적 배경과 작품 이면에 놓여진 작가의 상황을 절묘하게 이어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 가졌던 우려는 어디가고, 저자와 함께 세계 곳곳을 누비며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여행 온 듯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간만에 꽤 만족스러운 방구석 미술여행이었다.
@gbb_mom 단단한 맘님의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creta0521 크레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