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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1978님의 서재
  •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
  • 엄성우
  • 17,910원 (10%990)
  • 2025-12-10
  • : 3,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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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다’고 느낀다. 이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미리 셋팅된 ‘기본값’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그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관계를 선택하는 것인데 오히려 그 관계로 더욱 외로워지거나 고통을 겪게 되는데 있다. 저자는 인간이기에 느끼는 실존적 외로움이 아닌 ‘관계적 외로움’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나 역시 한때 ‘외로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막연히 혼자여서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두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의가 아닌 외로움은 고통으로, 선택된 혼자는 오히려 즐거움과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말하자면 ‘혼자 있어 봄’이라는 경험을 통해 외로움은 혼자여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태도’의 문제였다. 혼자여도 충분히 편안할 수 있고, 외려 충만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되었다. ‘외로움’과 ‘고독’은 또 다른 의미구나.

저자가 옮겨놓은 철학자 ‘폴 틸리히’의 문장을 통해 그간에 내가 느낀 감정들의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이 대목에서부터 도파민이 폭발하면서 본격적인 독서 질주는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맛에 책을 읽는 거지!’라면서.

“우리의 언어는 인간의 홀로 있음이 갖는 두 측면을 현명하게 포착해왔다. 홀로 있음의 괴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홀로 있음의 영광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p34

“외로운 사람은 ‘남’과 함께 있지 못해 홀로 이고 고독한 사람은 ‘나’와 함께 있기 위해 홀로인 것이다.”

독자는 경험과 맞닿은 글을 만날 때, ‘야호’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가 선택한 ‘새벽’은 바로 ‘나와 함께’하기 위한 ‘홀로됨’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선택은 실제로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또한 고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태도가 다른 사람과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쯤에서 ‘나 자신은 외로움을 회피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사실에 대한 자각만으로도 관계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외로움이란 감정에 매몰되어 있지 않는다. 그 감정을 회피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인정하되, 어떻게 하면 안전한 나로 홀로서면서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읽는 동안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와 함께 독자 역시 외로움, 관계, 우정,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관계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는 사이라는 모호한 관계가 때로는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더 깊은 관계로 가는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관계는 ‘선한 마음의 주고 받기’라고 생각한다. 좋은 것을 주면 당연히 상대방은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혹여 늘 받기만 하거나,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 고마움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상대방이 주는 만큼 나 역시 베풀었는지, 그것이 물건이었든, 마음의 표현이었든, 어떤 형태로든 받은 만큼 되돌려 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말이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공들인 오랜 시간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알아주는 이가 있으니 말이다. 한 해가 가기 전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앞에 내 곁을 함께 하는 이들을 다시 점검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친구의 마음으로 다가섰지만, 내 마음과 달리 오지 않았던 관계에 대한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외로움’와 ‘우정’에 대한 저자만의 철학적 사유에 공명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참 행복했다.

‘누구에게나 친구는 아무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21세기북스 출판사 @jiinpill21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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