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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1978님의 서재
  •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 무라세 다케시
  • 15,750원 (10%870)
  • 2025-11-26
  • : 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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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죽음 뒤 49일은 현실 속에서도 특별한 시간이다. 남은 이들이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더는 현실에 없는 존재, 그의 자리는 남겨진 이들에게 믿고 싶지 않은 슬픔이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도 불현듯 떠오르는 그 모든 순간들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도록 남은 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49일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현실 감각을 49일 동안 산 사람은 떠난 이를 마음속에서, 기억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서서히 떠나보내야 한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숙한 이별을 하게 된다. 소설이지만 49일 안에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상황 설정은 판타지 이전에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다. 이 기간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 못하면 평생을 전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인물들은 자신의 형편에 비해 큰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진심을 전하고 죽은 이로부터 듣지 못했던 속마음을 알게 된다. 이별 뒤에 우리는 떠난 이 앞에서 미안하고, 고마웠고,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죽음과 이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슬픔의 바닥은 끝이 없지만, 살아있기에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그 사소한 일조차 허락을 구하고 싶어진다.

이들에게 49일은 슬픔을 유예하는 시간이 아니라,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하고 정리하도록 허락된 마지막 기회였다. 실제 삶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를 되묻게 된다. 나는 이 질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득하게 희미해져 가는 할머니의 눈빛을 보며 우느라 ‘고마웠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했다. 그때는 어렸고, 죽음을 가까이에서 본 것도 처음이었으니까.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 역시 나처럼 어떤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며 하지 못한 말을 정리하고 온전한 이별을 하게 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최애 아티스트를 잃은 ‘마키무라 미키’, 은인을 배신한 남자 ‘오키’, 학교 폴력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할머니와 특별한 관계였던 ‘메구미’, 남편의 죽음 뒤 반려견 ‘페로’를 잃은 중년 여성, 첫 번째 이야기 주인공 마키무라의 최애 아티스트의 연인이자, 그 연인을 잃은 성공한 사업가 ‘잇페이’ 이들 각각의 사연과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결국은 사랑과 후회,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아 전하는 이야기다.

천국에 머무는 49일 안에 편지를 보낼 수 있으며, 우편 요금은 보내는 사람의 수입에 따라 금액이 다르고, 답장을 받고 싶으면 두 배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누구에게 어떤 말을 담아 마지막 편지를 쓸 것이며,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가.

“그래서 네 마음을 잘 알지. 살아도 돼. 살아도 되고말고.” p46

나는 무라세 다케시의 책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그 책이 궁금해졌다. 소설이지만, 이 책 속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된 말들이 고스란히 문장이 되어 새겨 있었다. 따스했고, 뭉클했으며, 살아있는 내가 모처럼 자랑스러웠다.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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