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배우다
anne1978 2025/11/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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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배우다
- 전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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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감히 범접하기 힘든 품격이 드러날까...?’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내 눈길은 저자의 글에서 벗어날 수도, 어긋날 수도 없었다. 삶의 단상들을 진솔하게 써 내려갔을 뿐일텐데, 빈 여백은 ‘저자 그 자체’가 글이 되어 채워져 있었다. 그녀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했으며, 그 일상속에서 남몰래 품고 담아왔을 생각과 마음이 곱디고와 눈물이 났다. 그녀의 삶은 웅장했고 내겐 하나의 거대한 우주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책을 통해 ‘작가 전영애’를 만나게 되었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애초에 정보 자체가 없었던 ‘나는 모르는 작가’였다. 그런데 나는 이 책 한 권에 이 작가를 존경하게 되었고, 알아가고 싶어졌다. 글에서 묻어나는 그 사람의 인품이 말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연륜의 무게가 글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고스란이 삶이 글이 된 묵직한 어른의 말이었다.
눈만 뜨면 당장에 현혹되기 쉬운 물질들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진정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조차 모호해진 세상이다. 내 길이 아닌 길을 좇으며 내 길인 척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말에는 가시가 없고 오직 진솔한 마음 하나로 염려와 당부를 담았다. 절로 숙연해지는 말들에 잠시 읽던 호흡을 멈추기도 하였다. ‘맞아, 맞아.’ 그녀의 글은 마음을 비질하듯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온기로 쓰다듬는다.
‘나는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현실에서는 일일이 다 만나낼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만나 보는 일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p263
저자의 이 구절에서 글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글을 써 보니 정말 글에는 그 사람이 담긴다. 쓰는 동안 나조차 몰랐던 다양한 나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 일련의 이 모든 것들이 글 속에 녹아있기에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고귀한 삶을 대하는 일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우리는 미처 살아보지 못했던 또 다른 생을 느껴본다. 조금씩 더 온전한 나로 거듭나 살아가게 된다.
‘문학과 삶을 다정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책을 통해 오랜만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깊은 상념에 젖어들었다. 글을 쓰는 동안, ‘지구가 멈췄다가 다시 도는 것 같은’ 사랑과 존경이 담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참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이 글이다. 아마도 나와 직결된 삶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불 켜진 딸의 방을 쳐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안에 정말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구나, 작은 한 송이 지혜의 꽃이, 세상의 비바람 속에서도 견뎌야 할 텐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애틋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간호사로, 엄마로, 이제는 작가로 다양한 역할로 살아가는 엄마이기에 나는 두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먹먹하다.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딸들은 나더러 극T라고 놀리지만,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 바쁘다는 이유로 잘 챙겨주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 나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딸아이 고3 어느 늦은 밤이었다. 잠시 집 앞 마트에 잠시 다녀오던 길이었다. 무심코 우리집이 있는 쪽 아파트에 눈길이 갔다. 2층 4층 6층 8층.... 불이 켜진 딸아이 방에 시선이 멈췄다. 나도 그 시절을 겪어 봤기에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저 불빛이 곧 내 딸인데. 목련꽃 닮은 내 딸이 저 방에 있는데... 당당하고 기품있게 살아가길 엄마는 항상 응원하고 있어. 힘내라 내딸.’ 고개를 젖히고 한참을 서서 올려다봤었더랬다. 엄마 외에 해야 할 역할이 많은 너였기에 자식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늘 미안한 것만 생각난다.
책 제목처럼 나는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을 배워가고 있다. 그녀의 삶 면면에 나와 닮아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고, 배움은 끝이 없고, 어느 한 분야에 들인 정성과 노력 또한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도 알겠다. 이 책은 사람을 대하고 삶을 들여다보는 법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덮고 마지막으로 한 일은 유튜브로 ‘괴테 할머니’를 검색하는 일이었다. 구독했다.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 나이 지긋한,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지니고 계신 분이셨다. 말과 글이 닮아 있다. 그만큼 진솔하다는 이야기겠지.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꾸임없고 담담했지만 그 속에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연륜과 삶을 관통한 깊이 있는 글은 이렇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요조앤 @yozo_anne 님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청림출판사 @chungrimbooks 청림라이프 @ch_daily_mom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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