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의 숨겨진 이야기
anne1978 2025/11/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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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와 재
- 아미타브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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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2
왜 제목이 ‘연기와 재’일까?를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다. 연기는 흔적이자 소멸이다. 그렇다면 재는 타고 남은 것들의 흔적이나 잔해다. 저자는 아편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아편의 감춰진 이야기’ 이 작은 한 문장이 주는 묵직한 경종은 뭔가 어둡고 축축한 두려움이 이었다. 아편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과 고통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아편은 화마가 지나가고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재와 같은 느낌이 든다.
아편이 처음에는 약제로 쓰였지만 이것은 흡연용으로 변하면서 인간에게 강한 중독성과 즉각적인 쾌감에 도취되게 만들었다. 아편은 약품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상품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와 권력의 이동이었다. 아편의 역사를 알면 문명도 연기처럼 전염되고 인간의 탐욕이 남긴 잔해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안락함과 명예만 좇다 보면 결국은 타락하기 마련이다. 타인의 고통을 밟고 일어선 자신의 안락이 더는 부끄럽지 않게 되고, 불의를 보고도 눈감는 타락만 남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아들의 장래와 관련해 그 선에서 타협을 보고, 더 많은 교육을 시키느라 돈들이고 맘졸이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유혹에 넘어갔다. ’ P73
이 대목은 현재의 우리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살아가는 시대와 환경이 다를 뿐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일이다. 부패가 만연하고, 착복과 횡령을 일삼는 일들이 반복되는 사회 속에서 격차는 벌어지고 인간의 존엄 또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아편이 국가와 사회를 어떤 식으로 잠식해 나가는지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타락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러했다.
‘아편은 식민지 시대 농부들의 노동착취로 일어선 신기루와 같구나’
아편재배를 강요당하고 개인의 삶을 위해 일하지 못했다. 제국의 부를 위해 인간의 고통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이 책은 읽을수록 작은 불씨 하나가 온 산을 잿더미로 만든 기분이 들었다. 아편 상업화의 시작이 한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간의 내면까지 태워 버렸다.
캘커타 경매장을 통해 본 아편의 선물거래는 이미 노동이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그곳은 거대하고 정교한 통신과 운송 시스템으로 투기와 착취의 자행으로 이어졌음을 엿볼 수 있었다. 캘커타는 아편이 몰려드는 심장부였으며, 그 아편의 조직적 움직임 또한 짐작할 수 있다. 탐욕도 착취도 모든 것이 구조화되고 정보화되고 있었다. 아편의 유통망은 오늘날의 자본이 움직이는 시스템과 닮아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시장경제는 아편의 유통망 위에 구축된 자본의 유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에 나는 물음이 생긴다. 아편이 상업화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아편은 반드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본성은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갈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든 교환 가능한 가치로 만들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단지 아편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수단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라고. 세상을 망친 건 아편이 아니라 인간의 추악한 욕망때문일지 모른다.
아편이 아니면 돈이 안 되는 시대의 끔찍함은 오늘의 예고와 같아서 이미 자본주의의 윤리는 붕괴되기 시작했고 인간의 가치 상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기와 재>를 읽으면서 아편이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깊숙이 관여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오늘날의 부의 근원지는 아편이라도 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사회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아편에 대해 이토록 심도 있는 고찰은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할 것같다. 섬뜩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역사의 한 단편과 마주해야 했다. 아편의 연기는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편의 재 위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깊이 들어와 우리의 정신을 좀먹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이 시사하는 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gbb_mom 단단한맘 @takjibook 탁지북님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ecolivres_official 에코리브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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