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하므로
anne1978 2025/11/0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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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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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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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세 그리고 나 ... 단 한 페이지도 울림이 없는 곳은 없었다.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나에게 데미안이 나를 깨웠던 것처럼 그의 문장 속에서 나는 매순간을 헤맨다. 그가 걸으면 나도 함께 걸었으며, 그의 시선을 따라 나의 눈동자도 따라 움직이듯했다. 그가 겪는 심장의 고통이 내 것 인듯 아팠고, 그가 보낸 불면의 밤이 내가 보낸 잠못들 던 깊은 밤같았다. 문장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헤세가 남긴 문장 속 길을 한참을 머물다 잠깐의 호흡으로 그와의 노년을 마주한다. 그가 새겨놓은 삶의 철학이 있기에 내게 다가올 노년을 기대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보았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이전에 보지 못했고, 볼 수없었던 것들이 의미를 갖고 내면을 채워가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내가 예전에는 남일처럼 지나치던 일들이,대수롭지 않은 일이 가슴에 콕 박혀 마음을 휘저어 놓고 가곤 하니까.
잘 여물어야싶구나 싶고, 나만의 철학과 옳은 신념으로 익어가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 또한 파문이 되어 한동안 낙엽과 나뭇가지들을 태우던 헤세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 희미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헤세는 관조를 사랑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해석하려 하지말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말고 오직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라는 말로 들린다. 관조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해방과 평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직 나는 그 상태에 이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해하려고 애쓸수록 여전히 나는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기도 하니까. 나에게도 이 고통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관조의 삶이 올까도 의문이다.
헤세는 '시인의 역할은 이상의 편에서 이상을 창조하고 통찰력을 발휘하고 꿈을 꾸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이 문장에서 글 쓰는 작가의 삶의 태도를 배울수 있었다.
현실에 집착하는 것을 벗어나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먼저 예측해서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에 이르렀다. 세상과 등지기보다 살뜰히 품어가며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존재가 작가라고 헤세가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았다.
헤세의 '더는 읽지 않는' 이라는 데 멈춰선다. 글을 쓰게 된 나이기에 무엇보다 더 깊이있게 와 닿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읽는 것 그 자체를 넘어서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깨닫지 못했다. 독서를 자기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행간에 놓인 활자 위를 유영하며 한 사람의 생각을 통과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자기 생각을 읽고 자기만의 언어가 생긴다는 건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글자를 초월해 자기 삶 자체를 글로 읽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필사를 하며 서평을 마친다. 느리지만 깊이 있는 독서였다.
“우리의 삶이란 오르막과 내리막, 쇠퇴와 재건, 몰락과 부활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직물과 같다.”
이 문장은 오늘 나에게 깊이 다가왔다. 나의 삶 또한 한 올 한 올의 실이 얽히고 설켜 완성된 직물과 같다. 고통의 실도, 고뇌의 실도 함께 짜여 있을 것이다. 헤세는 나에게 그것들마저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 말하는 듯했다.그리고 더 나아가, 그 모든 실들을 하나로 엮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힘으로 삼고 싶다.
오늘 밤, 나는 헤세에게 편지를 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감사를 전하겠지. 아쉬움과 벅찬 감정이 교차해 마지막으로 든 펜이 무겁기만 하다. 내 손으로 따라 쓴 헤세의 문장들이 또 하나의 책으로 남았다.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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