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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광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SF 소설이라 하여 잠시 이 사건에 대해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처참한 모습을 담고 있는 현장의 사진은 그날의 진실된 모습을 반영한다. 별 볼일없는 쓰레기더미들처럼 널브러져 있는 죽음이 야만적이고 광란에 가까운 그 날의 일들에 대해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듯 했다. 적잖은 충격이 잠시 동안 머리를 하얗게 백지화 시키고 시간이 멈췄다. 한편으로 부끄러웠다. 왜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을까.사실 이 기회가 아니면 비참하고 억울한 역사의 한 부분에 눈을 감고 지내야 했을 수도 있다.
시간은 흐르고,역사는 조용히 묻혀져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그때의 그시간이 남긴 역사의 흔적들은 100년이 된 지금도 눈을 감지못하고 있다. '광동대지진 조선인 학살현장' 속으로 들어가 그 날 처참하게 죽어간 이들의 목소리를 숨죽여 들어 볼 시간이다.
과거사 진상 규명 위원회의 검증단으로 발탁된 한국인 민호와 일본인 다카야는 일종의 통신 시설신 싱크로놀로지(syncronology)시스템을 통해 역사의 그날 ,1923년 9월 1일 광동대지진 있던 날로 타임루프한다.
세번의 죽음과 네번의 회귀,그리고 죽음과 회귀때 마다 기억은 잃었지만 민호의 반복되는 같은선택.민호의 죽음마다 현재로 회귀하지 못하고 과거에 남아 그것을 지켜보고 방관한, 그 모든 것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다카야. 이미 일어난 과거는 바꿀수 없었지만 그들이 지켜봤던 야만적이고.잔인한 과거 속에는 달출과 미야와키,평세와 같은, 소외되고 약한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불의와 용감하게 맞서 싸우며 생을 향한 전진을 계속 했다.
🔖P19. '할 수만 있다면 학살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고 싶다.'
싱크로놀로지 채널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현장을 관찰하기위해 설계된 시스템이다. 일어난 현상을 되돌릴 수는 없다. 과거의 현상 사이를 탐험할 수 있을 뿐 과거 자체에 변형을 가할 수 없다.하지만 민호는 기대했다. 시스템을 통해 대화가 가능하다면,그 순간 말을 전할 수 있다면,최소한 도망치라고 소리리도 지를 수 있다면 한두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자신이 간 곳에서라도 학살을 막아낸다면 그건 진상을 밝히는 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의 장애인, 부락민,약자,반체제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난무하는 유언비어와 제한된 정보들 앞에 공권력도 자경단들의 광기어리고 미친 살기를 묵인하며. 살육의 현장을 독려했다. 대지진은 막을 수 없는 일이라 치더라도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목숨을 도려내지 못해 안달인건지 이해할 수도, 자행되어서도 안될 끔찍한 일들이 이 책 속에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그들의 죽음 앞에 얼마나 무책임한 일임을 안다면 애초에 말도 안되는 일들에 소용돌이치지 않았어야 할지도 모른다.
조선인,내란,폭동,범죄,강간...이란 말들은 저들의 무지막지한 살육을 정당화 시켜버렸고, 왜 죽임을 당하는지 조차 모른 채 눈을 감은 이들의 목소리는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한스럽기만 하다.
🔖P120 다카야는 지난 100년간 역사를 모두 보았다. 여러 사람을 다양하게 지켜봤다. 추도비가 생겼고 학살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국가가 주도한 은폐 속에서 안전했다.사건을 기억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최대한 없던 일로 만들려는 사람도 있었다. 긴 시간을 겪었지만 다카야는 여전히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도통 몰랐다. 처음과 다를 바 없이 과거는 무간지옥이었다.
🔖p217 조선말이 전달 될 리 없었지만 달출은 소리쳤다.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이 원통해하는 말을 어찌 그리 못 알아먹냐?이유나 좀 알자고,왜들 이러냐는 말은 일본어로 도대체 뭐길래 고걸 못 알아듣는단 말이냐? 늬들은 죽어가면서 엄니 부르는 사람 없느냐!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은 뭐라고 말하면서 이생을 뜬단 말이냐?😭😭
✒️달출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달출의 아버지가 겪은 동학농민운동과 묘하게 닮아있다. 아버지의 지나온 역사의 순간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달출의 눈 앞에서 되풀이 되는 순간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눈앞에서 일어난다.우리는 과거를 통해 지금의 현재를 본다. 역사는 현재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연결점이 된다. 역사는 바꿀 수 없지만,그것을 본보기 삼아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우리의 뼈아픈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는 미래가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