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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짱님의 서재
  • 영우한테 잘해줘
  • 박영란
  • 9,900원 (10%550)
  • 2012-09-11
  • : 103

영우한테 잘해줘


자이언트 코끼리는 ‘영우한테 잘해 줘’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난 책을 읽는 내내 불안했었다. 책속의 주인공이 하나씩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아무도 잘못되는 친구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으면 하고 바랬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이언트 코끼리가 과학고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내 불안은 금방 현실이 되었다.

학원선생님 강과의 꿈은 모나코 왕국에 ‘여행자를 위한 여관’을 짓는 것이라 했다. ‘영우한테 잘해 줘’는 주인공과 그 녀석 둘이서 생각했던 ‘여행자를 위한 여관’의 이름이다. ‘영우한테 잘해 줘’는  ‘네 인생에게 잘해 줘’라는 말이다. 깊은 의미가 있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으로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우리 인생에게 잘해주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인생에게 잘해 주기 힘든 분위기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학생은 외고나 과학고가 인생의 목표이고, 고등학생은 대학이 인생의 목표이다. 행복한 인생이 목표여야 하는데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다. 이루어지면 허무한 목표를 향해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현실이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저녁은 학원근처의 분식집이나 편의점에서 대충 해결한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학원가 아이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잠깐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 잠깐의 자유에 J학원 과학고 입시 준비반 아이들은 일탈을 꿈꾼다. 서로 눈에 불을 키고 경계해야 할 라이벌들은 서점, 편의점,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면서 하나가 된다. 훔친다는 행위는 그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분출구가 되었다. 사실 학원가 근처 가게들은 물건이 사라지는 일을 비일비재하게 겪고 있다. 그래서 상점마다 물건을 훔치면 몇 배로 물어주어야 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나도 과학고를 꿈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선행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원조차도 다니지 못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원선생님이 어두운 얼굴로 ‘이미 늦었다’는 말로 과학고를 포기하였다. 그리고 나도 학원가를 전전한 적이 있었다. 그냥 가방만 들고 여기저기 학원을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을 먹으러 가는 시간만 기다렸었다. 그래도 몇 달 그런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저녁 먹는 자유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녁 먹는 것도 시들할 즈음 학원을 그만두었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지금은 내가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꿈을 키우고 있다. 내 인생에 정말 잘해준 일은 선행학습에 찌들지 않고, 학원가를 전전하지 않으며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는 학교에 다니며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일이다.

이 책의 주인공의 아버지는 필리핀인으로 불법체류자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것이다. 주인공은 평범해지기 위해선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공부에 매달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주인공에게는 평범한 사람도 죽도록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중 한분은 한국인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신들을 한국인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들을 외국인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란 말에서 먹먹함을 느꼈다. 결국 주인공은 과학고에 가지 못하고 인문계고등학교에 가서 지극히 평범하게 지내다 지방대학에 들어간다. 주인공이 꿈을 이루었다고 해야 할까? 주인공은 인생에 잘해주고 살고 있는 걸까? 수없이 많은 물음표를 남기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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