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투명하고 섬세한 필치가 올리브, 루시, 밥이라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삶을 그려낸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품어 온, 때로는 기록되었으나 어쩌면 기록되지 않은 순간이 더 많은 그 시간들을 오랜 시간 공들여 쓴 편지처럼 자아낸다.
전작들이 각자의 서사 안에서 고군분투하던 인물들의 단면을 보여줬다면, 이번 신작은 그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지도를 완성하는 느낌이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 다성적인 구성을 '이야기의 힘'이라는 실로 꿰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는 건 그 사람을 전적으로 믿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대화와 경청은 비로소 서로의 생에 깊숙이 정박하게끔 한다.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실패와 외로움마저도 삶이라는 거대한 서사의 일부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빛이 될 수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나의 평범한 일상 또한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소중한 조각들로 채워져 있음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