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snny_y님의 서재
  • 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 폴 오스터
  • 16,020원 (10%890)
  • 2026-01-25
  • : 1,680

#도서제공


애나 버전 일러스트 리커버가 나왔다고 하여 다시 읽었다. 정원으로 대치된 바움가트너와 바다를 품은 애나가 대비되어 나란히 두니 참 아름답다.


10년 전, 즐겁기만 했어야 할 날. 아내 애나의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움가트너는 애나를 잃는다. 바움가트너의 심상을 따라 전개되는 이 소설은 타인을 깊이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언제가는 맞닥뜨려야 할 극한의 상실감을 담담히 그려낸다. 바움가트너에게 애나의 부재는 참기 어려운 쓸쓸함을 자아내지만, 역설적으로 이 고통은 애나가 세상에 실재했음을 증명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애나가 남긴 원고를 정리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생애도 복원되는데, 독자는 하나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애나 역시 사랑하는 이를 잃었던 경험이 있으며 상실의 고통을 삶의 일부로 승화하는 과정을 계속해 하루하루를 버텨 왔음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타인의 끝을 필연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감정의 소멸이든 육체의 죽음이든. 끝이란 것은, 인생사를 거쳐 지나가는 하나의 에피소드이자 붙잡을 수 없는 바람 같은 것이지 않을까. 상실은 인생이라는 그림의 배경이나 마찬가지다. 상실로 생긴 빈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또 다른 기억의 조각들로 차곡차곡 채우다 보면 비로소 하나의 인생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움가트너라는 인물을 통해 휘청거리면서도 끝내 앞을 향해 발을 내딛는 인간의 존엄한 뒷모습을 보았다. 이 작품이 폴 오스터가 죽기 전 남긴 유작이란 걸 다시금 떠올려 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삶, 죽음, 사랑, 고통의 소용돌이를 몇 차례는 더 겪었을 대작가가 도달한 깊고 고요한 문장들. 내 삶의 빈자리를 채워 줄 또 하나의 소중한 조각으로 남았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