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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ny_y님의 서재
  • 슬픔의 틈새
  • 이금이
  • 16,650원 (10%920)
  • 2025-08-15
  • : 16,725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쓰는 후기입니다.

이금이 작가의 소설 <슬픔의 틈새>는 일제강점기의 폭력 속에서 고국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삶을 그린다. 낯선 땅에서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의 쓸쓸하면서도 찬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 단옥은 공주 다래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탄광 노동에 징집된 아버지를 따라 화태로 간다. 든든한 장남이자 단옥의 오빠 성복은 큰돈을 벌겠다는 꿈을 품고서 화태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믿음직스러웠던 장남의 부재 속에서 단옥네 가족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함께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이어 가려 하지만, 영 녹록지 않다.

화태에는 비슷한 처지의 조선인뿐 아니라 가난한 일본인 탄광 노동자들도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단옥은 친구 유키에, 진수 등과 만나 우정과 사랑을 꾸리며 화태에서 잘 적응해 나가지만 그것도 잠시, 일제의 또 다른 강압은 가족과 친구를 다시금 갈라놓는다. 사할린에서 광복의 순간을 맞이했음에도 이 곳에 살던 많은 이들이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했다.

짧은 생애 동안 단옥의 이름은 세 번이나 바뀌었고, 국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는 단옥 개인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전쟁과 식민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가족과 영영 이별해야 했던 수많은 1세대 한인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늘 고독과 상실의 기운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꿋꿋하게 삶을 이어 가는 이들의 힘을 드러내기에 더욱 마음을 끈다. 한국인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이 작품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권으로 출간된 만큼,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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