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정표>는 작가 데뷔 10주년 기념작으로, '통곡의 장편 미스터리'라는 카피와 함께 출간되어 기대를 더했다. 과연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발단이었고, 그게 또 상당히 비극적이라 잘 와닿는 카피라는 생각이들었다.
도가와라는 평판 좋은 선생이 살해당한다. 지적 장애나 정서 장애 등, 일반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진실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라 누구에게도 원한 살 일이 없었기에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놀랍게도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제자 아쿠쓰 겐으로, 2년째 도주 중이다. 아쿠쓰 역시 도가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랐기에 그의 행방과 더불어 살해 의도 역시 도무지 파악해 낼 수 없었다.
같은 마을에 하루라는 소년이 이사를 왔다. 농구에 전도유망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잦은 교통사고에 휘말리고 아버지를 따라 계속 지역을 바꿔 가며 이사를 다니기에 크게 활약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 이면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아쿠쓰가 숨어 지내던 곳에 우연히 하루가 오가며 연결된다. 마냥 멍해보이고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아쿠쓰이지만 하루는 아버지와 있을 때보다 더 큰 위안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아쿠쓰는 왜 그토록 따르던 선생님을 죽인 것일까? 아쿠쓰가 살해한 것은 맞을까? 하루에게 잘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수사에 따라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면서 도가와 살인 사건의 반전을 알게 되었을 때, 아쿠쓰의 고독이 절실히 느껴지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책속에는 부모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아이가 있는가,라는 주제가 계속해서 언급된다. 누군가를 이정표로 삼아 살아왔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상처를 받은 두 사람의 사연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주제라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완독하고 나니 조금 슬퍼졌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인생이 행복할지 아닐지, 그 누가 미리 예정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