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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ny_y님의 서재
  • 토끼들의 섬
  • 엘비라 나바로
  • 15,120원 (10%840)
  • 2024-10-24
  • : 525

스페인 문학은 <돈키호테> 이래로 별로 접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내게는 조금 낯선 문화권이다. 그래서 그런지 <토끼들의 섬>은 내게 연신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다. '환상과 악몽을 오가는 매혹적인 세계'라는 말처럼, 금방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날 듯하면서도 마지막 한 발걸음은 문 너머로 옮기지 않는 기묘하고도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표제작 <토끼들의 섬>에선 내가 전혀 상상치 못했던 전개가 펼쳐졌다. 섬을 망가트리는 흰 새 무리를 쫓아내기 위해 풀어 둔 토끼 몇 마리가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조금은 잔인하고, 출구 없는 미로처럼 느껴지는 절망적인 세계가 괴기스럽게 펼쳐진다.


이어 한쪽 귀와 발에 이상을 느끼고 그것을 숨기려는 여자, 집착이 심한 애인과 헤어지고자 하는 여자, 공중에 떠있는 할머니와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를 걷는 이야기, 마약과 정신병, 알 수 없는 소음에 시달리는 주인공, 페이스북에 얽힌 한 부부의 스토리와 가짜 결혼식, 점술과 메시지에 얽힌 이야기 등 초현실적인 세계를 바탕으로 쓰인 이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며 독자는 무수한 환상을 맛본다.


태풍의 눈처럼 잔잔한 듯하면서도 금세 휘몰아치고 마는 엘비라 나바로의 세계관은 기묘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어딘가 비틀린 이 이야기들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수수께끼스러운 면모가 바로 이 단편집의 주목할 만한 아닐까 한다.


많은 추천사와 독보적인 수상 이력이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으므로, 현대 스페인 문학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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