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세운상가를 무대로, 청년 예술가들의 현실을 그린 소설 <노란 밤의 달리기>. 방황하는 2030 세대들의 불안정함이 적나라하게 느껴지고 전반적으로 어쩐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풍이 떠오르더라니 무심코 읽은 책 소개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봤다. 소외, 상실, 고독, 사랑 등의 키워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읽을 책.
"낮과 밤이 다 있는 사람이 좋아."
꿈을 좇는 청춘이 있다. 돈 안 되는 예술로 삶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청년이 있다. 사랑과 예술이 전부였던 시간은 어느새 저편으로 멀어지고, 애인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현실로 떠나 버린다. 항상 축제같은 나날을 보내라고 지어진 '휴일'이란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반백수의 삶으로 이끌었다는 블랙 유머가 소소하게 웃기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다'라는 말처럼, 겉으로는 안정적이어 보이지만 날 잡으면 속얘기로 하룻밤 꼬박 새울 불안정한 청년들의 이야기는 도무지 버릴 부분이 없다.
사진을 그만두고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친구도, 매일매일 새로운 애인을 찾아 결핍을 메우는 친구도, 국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다른 종류의 일거리를 찾은 친구도. 늘 재개발과 공사가 이루어지는 세운상가처럼 이 예술가 청년들의 그림자도 출렁출렁. 이들은 마음껏 흔들리고 마음껏 달린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고 한탄하면서도, 꿋꿋하게 시간을 이어 붙이는 모습에서 말마따나 을지로 거리를 오랜 시간 지키고 있는 옛 건물들을 연상해 본다.
과하지도 낯설지도 않은 농밀한 이야기에서 모든 종류의 불안과 애정과 시간의 흐름을 맛봤다. 누군가는 유턴을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직진만을 고집하는 인생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 내 20대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