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몹시도 독특하여,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이야기인가?
동명이인의 이야기인가?
공상과학만화인가?
한 명의 진은 진아였다.
집 나간 아버지와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결국 여동생과 단둘이 남은 진아는 낮에는 청소일,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를 하며 고시원에서 산다. 그러면서도 여동생만은 대학교를 보내겠다며 자신의 삶은 뒤로한 채 동생 뒷바라지에 몹시도 애를 쓴다. 이렇게 착하게 사는 인생이니 하늘이 큰 상을 내릴 만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착하게 사는 사람들,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치 더 어려운 고비만 찾아온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객사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제대로 된 사망신고 과정을 알지 못해 아버지가 남긴 빚을 여동생 대학 진학을 앞두고 소녀 가장으로 대입 특별전형을 적용받으려다가 실패하면서 발견하게 된다.
여동생이 특별전형을 인정받으려면 아버지 사망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관련 기관에서는 빚을 갚지 않으면 사망신고서를 떼어줄 수 없다고 한다.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는데 천만 원이 넘는 빚이라니 암담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고시원에서 같이 지내는 옆방 소설가 언니와 총무 언니와 잘 지내며,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는 아줌마가 처음으로 말을 걸어올 때도 마다하지 않고 도움을 주려 마음을 쓴다.
다른 한 명의 진은 수진이다.
50대로 보이는 수진은 언니와 국숫집을 하며 아들과 살고 있다. 그러다 식당을 드나드는 임 소장과 정분이 생겨 연애를 하다 임신을 하고 만다. 정관수술을 했으니 내 아이일리 없다는 임 소장의 첫 반응에 안 그래도 남사스러운 일이라 여겨 고개를 못 들던 수진은 마음이 심란하여 임 소장에게 이별을 고한다.
갱년기 타령을 할 나이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임신에 서글프고, 그나마 반듯하게 자라 공무원이 된 아들은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거늘, 느닷없이 6살 연상의 여자친구를 임신시켰다며 결혼을 하겠다고 통보한다.
아직 어린 나이의 아들이 결혼하는 것도 못마땅하고, 아들 집 한 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가진 것이 없어 대출을 받아 서포트 해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밀려든다.
아무리 삶이 어려워도 한고비만 넘기면 진짜 좋은 인생이 올 거라고 청춘을 보냈건만,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삶의 의미도 모를 지경이다.
이 독특하디 독특한 만화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동은 감독의 이야기에 정이용 만화가가 그림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야기부터 그림까지 매우 서글프면서도 현실적이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어찌보면 좀 억울할만한 삶을 계속 살아가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냥 매일매일을 한고비 한고비 넘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지독히도 평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권선징악도 없고, 어설픈 해피엔딩에 대한 환상도 품을 수 없는, 너무도 평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라,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슬픔을 답보하고 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