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문학이 붐이다.
방송 프로그램, 강의, 출판업계에서 아주 흔한 용어가 되었고, 그와 더불어 잘 소비가 된다.
인문학이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 활동이 이에 포함되는데 언어,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등이 있다. 그래서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재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학창시절에 #논어 를 읽었을 때도 참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논어를 재독해야겠다는 마음, 동시에 다른 중국 사상가들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책들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그간 기회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서양 인문학 책에 더 관심이 가서 서양 인문학에 더 매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너무 빠져들면 또 쉽게 질리듯이, 서양 인문학 책이 조금씩 물릴 때쯤, 어린 시절 어린이명심보감으로만 만나봤었던 명심보감을 한정주 저의 #명심보감인문학 으로 만나게 되었다.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다.
성찰하는 삶, 지혜로운 삶, 실천하는 삶,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삶 등 네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명심보감에서 일부 발췌된 내용이고, 일부는 요즘 세상과는 맞지 않은 사상들을 논하고 있어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 의 #군주론 처럼, 공자를 포함한 그 수많은 사상가들도 그 시대의 유세군들이었고, 본인들의 사상전파, 입신양명이 기본 골자이다 보니, 상에서 하를 내려다보는 관점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신하의 도리, 처세, 신분에 맞는 생활, 복종, 처지를 받아들임 등이 주를 이룬다.
아이러니 한 것은 당대에 이렇게 훌륭한 사상가들이 많고, 이런 사상을 설파하던 위대한 인물들이 많았음에도 불고하고, 그 시대는 요즘은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 극악무도함, 배신, 살인 등이 판을 치는 난세의 시절이었으니, 책을 읽는 내내 ‘말은 쉽고, 행은 어렵다’라는 절로 떠오름과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권모술수와 배신, 살인이 판치던 삼국지를 읽으며 느꼈던 피로감도 다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좋은 점은, 여러사례를 통해 현재에도 통하는, 유념해야 할 좋은 격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읽는 독자의 상황에 따라 또는 취향에 따라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 또한, 책이 명심보감의 각 문장들이 담고 있는 사상적, 역사적 배경을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성찰이나 교훈을 얻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점과 유명 사상가들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하나,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비자의 말로.
전국시대의 마키아벨리나 다름없던 그의 말로가 예상과는 달라, 책에 나오는 처세술이 한껏 와닿았다.
- 책에서 일부 발췌-
가난하면 저잣거리에 살아도 찾는 사람이 없지만, 부유하면 깊은 산속에 살아도 사람이 찾아온다
사람의 얼굴은 알 수 있다 해도,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사랑을 받을 때는 욕됨을, 편안하게 살 때는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은 호랑이를 잡는 일보다 어렵다
의리는 가난한 곳에서 끊어지고, 인정은 돈 있는 집으로 향한다
아무리 은밀해도 말은 숨길 수 없고, 아무리 감추어도 마음은 속일 수 없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인정으로 대하면 좋은 얼굴로 다시 만난다
다른 사람이 나를 헐뜯어도 귀먹은 척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
현명한 아버지와 형, 엄한 스승과 친구 없이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사랑하거든 쓰디쓴 매를 때리고, 미워하거든 맛있는 음식을 주어라
궁색하면 인정도 멀어진다
사람은 다가오는 앞일을 알 수 없고, 바닷물의 양은 결코 헤아릴 수 없다
지나간 일은 거울처럼 밝지만, 다가올 일은 칠흑처럼 어둡다
시기하는 친구는 현명한 친구를 쫓아내고, 시기하는 신하는 현명한 인재를 쫓아낸다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을 지나치게 따지지 말라
아무리 배워도 부족하다 생각하고, 이미 배운 것은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라
의심하면 쓰지 말고,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살피면 동료가 없다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을 추천하면 일신이 편안하다
밑 빠진 항아리는 막아도 사람의 입은 막기 어렵다
적게 베풀면서 많이 바라지 말고, 존귀하게 된 다음에는 빈천했을 때를 잊지 말라
시작이 훌륭하다고 해서 끝까지 훌륭하기는 힘들다
분노를 참지 못하면 스스로 근심을 불러들인다
망상은 정신을 해치고 망동은 재앙을 부른다
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도 아늑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병마개를 막듯이 입을 단속하고, 성을 지키듯이 뜻을 방비하라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