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댄서
medilinx 2020/10/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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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터 댄서
- 타네히시 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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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0-10-23
: 320
미국 노예제도에 대해 지식이 깊지 않지만, 뿌리 깊은 그 슬픈 역사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 때문에 그동안 많은 ‘그 시대의 흑인’들에 대한 영화를 꽤나 보았었다. 노예 12년, 헬프, 히든 피겨스, 그린북, 컬러 피플 등을 비롯하여 관련 영화들을 꽤 보아오면서 그 후손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어쩌면 앞으로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믿을수 없는 깊고 깊은 잔인한 역사에 충격과 혼란을 자주 감당해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현재를 사는 그들의 자손들의 피에 계속 흐르는 백인에 대한 뿌리깊은 원망, 증오, 슬픔, 피해의식 등도 조금씩 이해해가는 터라, 좀더 그들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으로 타네히시 코츠의 ‘워터댄스’를 읽게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후, 완결까지는 꼬박 4일이 걸렸다.
보통 내가 소설을 읽는 속도는 하루 혹은 길어야 하루 반인데, 이 책은 말 그대로 꼬박 4일이 걸렸다.
책이 두꺼워서가 아니었다.
책이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나열되는 책의 스토리가 처참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처참한 이야기를 달관한 듯 무심한 목소리로 말하는 작가의 어투에 오히려 머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이 몰려왔다.
제 3자의 입장으로, 텍스트를 통해서 이런 역사를 경험하는 독자인 내가 이정도의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데, 그 시절의 당사자들인 그들과, 그 당사자들의 자손인 지금의 그들은 이 분노와 슬픔을 어떻게 안고 사는지 기가막힐 뿐이었다.
주인공인 하이람은 그 시대에 흔하게 자행되었던 징글징글한 탄생 스토리인 백인주인과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노예제도를 엄격하게 지키던 남부, 노예해방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북부, 개척시대를 열어가던 서부 등 혼돈의 시대에서 노예매매도 비일비재 했기 때문에 하이람의 어머니도 어딘가로 팔려가 버린다.
혼자 남은 하이람은 한번 보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특이한 능력 덕에 보통의 노예들처럼 농장에서 노역을 하는 대신, 백인 아버지와 백인 형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수발 하인으로 저택에 입성을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백인 형과 하이람은 강에 빠지게 되고, 하이람 만이 순간 이동의 알 수 없는 능력으로 혼자 살아남는다.
그후,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흠모하던 여자와 함께 노예해방 비밀단체 회원이라는 그가 신뢰하던 남자에게 몸을 의탁하며 자유인이 되는 듯 했으나 그것은 가장 큰 오판이었음이 밝혀지고, 그때부터 하이람의 고난이 시작되는데...
최근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접한 타인들은 쉽게 말한다.
“마약쟁이가 죽었는데 왜 이 난리인지?”
“흑인 한 명 죽었다고 폭력 난동이 말이 돼?”
“맨날 인종차별 핑계로 폭동만 일으키고”
“지들도 동양인 차별 쩔던데”
“역시 흑인들은 게으르고, 원래 문화가 그렇고, 마약범, 폭력배고”
그리고는 공화당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흑인 캔디스 오웬스의 전반적인 메세지는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아픈 역사를 핑계삼아 이득을 취하려하는 흑인들”이라는 말에 흑인이 흑인을 저격한다며 열광한다.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 정말로 우리는 좀더 진지하게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의 폭력 시위와 범죄를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다.
단편만 보고 ‘쉬운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이렇게까지 민감해지고, 분노하게 되었는지, 한번쯤 그들의 무지막지했던 역사를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상상 이상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만약 내 할아버지, 내 부모, 내 형제의 이야기였다면?
보상도 없이 들판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쇠사슬을 차고, 채찍을 맞고, 주인의 노리갯감이 되고, 강제로 팔려 간다면?
그렇게 자신들을 긴세월 고통받게 하고 슬프게 살게 만들었던 후손들이 여전히 주류로 살아가는 땅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면?
미쳐버리지 않고 계속 살아왔던 그들이 신기할 뿐이고, 이런 고통스런 과거의 역사를 곱씹으면서 책을 써내려가야만 했을 작가의 멘탈은 괜찮은지 문득 궁금증이 인다.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역사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차별속에서 ‘그 백인들’의 후손과 사는 지금의 ‘하이람’들의 피에 새겨진 그들의 아픔이 조금은 묽어졌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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